사리그림으로 환생한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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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 씨 23일부터 개인전
동양 초상화의 본질은 외모를 재현하는 데 있지 않고 정신성의 전달에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정신은 외모라는 그릇에 담을 수밖에 없다. 초상화가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정신성에 치우치면 누구의 얼굴인지 알아보기 힘들게 되고 외모를 닮게 그리다보면 내면이 허전해지기 때문이다.
23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김호석전은 그런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수묵인물화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그가 5년 만 에 초상화와 동물화 등 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010년 입적한 법정스님의 초상화 2점. 간결한 묘사 방식과 배채법(背彩法·뒷면에서 색을 칠해 은은한 느낌을 자아내는 기법)의 활용 등 전통초상화를 계승한 이 작품은 아래로 향한 시선 처리, 담담한 색채 구사를 통해 노승의 고결한 정신성을 잘 드러냈다. 특히 스님의 사리를 곱게 빻아 안료에 섞어 칠함으로써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았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성철스님 초상’도 주목할 만하다. 평소 유머와 위트 넘치는 언변으로 유명했던 스님의 인간미가 담백한 수묵의 필선을 타고 잔잔히 전해온다.
소시민의 삶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며느리의 새치를 솎아내는 시어머니를 그린 ‘날숨’과 할아버지의 귀지를 파내는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생(生)’에서는 시대의 부침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지는 민초의 일상이 보는 이의 연민을 자극한다. ‘전통회화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존해야 하지만 그 전통은 사람들의 삶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동시대 작가로는 드물게 교과서에 12점의 작품이 실렸고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문학평론가 임우기 씨 등 문화계 인사들이 마련했다. (02)730-1144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23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김호석전은 그런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수묵인물화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그가 5년 만 에 초상화와 동물화 등 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010년 입적한 법정스님의 초상화 2점. 간결한 묘사 방식과 배채법(背彩法·뒷면에서 색을 칠해 은은한 느낌을 자아내는 기법)의 활용 등 전통초상화를 계승한 이 작품은 아래로 향한 시선 처리, 담담한 색채 구사를 통해 노승의 고결한 정신성을 잘 드러냈다. 특히 스님의 사리를 곱게 빻아 안료에 섞어 칠함으로써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았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순간을 포착한 듯한 ‘성철스님 초상’도 주목할 만하다. 평소 유머와 위트 넘치는 언변으로 유명했던 스님의 인간미가 담백한 수묵의 필선을 타고 잔잔히 전해온다.
소시민의 삶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며느리의 새치를 솎아내는 시어머니를 그린 ‘날숨’과 할아버지의 귀지를 파내는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생(生)’에서는 시대의 부침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지는 민초의 일상이 보는 이의 연민을 자극한다. ‘전통회화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존해야 하지만 그 전통은 사람들의 삶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동시대 작가로는 드물게 교과서에 12점의 작품이 실렸고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문학평론가 임우기 씨 등 문화계 인사들이 마련했다. (02)730-1144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