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수입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반시장적 환율정책과 수입 규제의 결과라는 평가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페소 환율은 20일(현지시간) 4.45페소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10% 이상 올라간 수준이다. 페소 가치가 떨어지자 수입품 가격이 뛰어올랐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표한 물가상승률은 연 9% 정도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연 25%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선에 성공한 뒤 강력한 환율 억제 정책을 펴왔다. 달러를 살 때마다 정부의 승인을 받게 했고, 에너지 수출대금은 전액 페소화로 환전하도록 했다. 외국 투자기업 국유화 등 반시장적 정책에 불안을 느낀 외국 투자자들이 달러를 회수하면서 환율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인위적인 환율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외국 투자자들은 페소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로 빠져나갔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환율 규제 정책이 발표된 뒤 전체 달러화 예금 약 135억달러 중 10%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달러 수요가 폭증하면서 페소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물가는 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 규제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올초 무역적자를 개선하겠다며 모든 수입 품목에 대한 사전신고제도를 도입하는 강력한 통제정책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 기반이 약해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이 같은 조치는 수입품 가격만 높이고 있다.

물가가 뛰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내수 및 수업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급 매장이 밀집해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레콜레타 구역의 알베아르 거리를 찾는 고객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폴로 등 일부 고급 브랜드는 아르헨티나에서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겔 폰세 아르헨티나 수입업체협회 대변인은 “강제적인 정부의 통제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수입업체들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