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서 '4만명 파티'…파주 경제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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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지역 축제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26일 열려
10회째 기업후원 안받는 한국판 오거스타 마케팅
특급가수들 무료로 출연…인근 숙박시설·식당 대박, 中·日 관광객도 찾아와
10회째 기업후원 안받는 한국판 오거스타 마케팅
특급가수들 무료로 출연…인근 숙박시설·식당 대박, 中·日 관광객도 찾아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골프장의 나눔 문화행사가 화제를 모았다. 가장 장사가 잘 되는 토요일에 골프장을 휴장,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까지 펼쳐 큰 인기를 끈다는 것.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파악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 나눔행사는 오는 26일 오후 2시 파주 광탄면에 있는 서원밸리골프장에서 열리는 ‘그린콘서트’다. 2000년에 시작했으나 초반에는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해 3년간 쉬었다가 재개해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페어웨이는 이벤트장과 공연장으로 바뀌고 벙커는 씨름장으로 탈바꿈한다. 장타와 어프로치샷 대회, 연날리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지고 저녁에는 톱 스타들의 콘서트가 펼쳐진다.
출연 연예인은 엠블랙, 티아라, 걸스데이, 김장훈, 백지영, 김태우, 바비 킴, 허각, 박학기 등 초특급이다. 개그우먼 박미선이 사회를 본다. 이수근도 우정 출연한다. 이들은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연예 기획사에 따르면 이들을 모두 출연시키려면 최소한 4억~5억원이 든다.
골프장 측은 관람객들이 콘서트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최근 코스 개조 공사를 벌였다. 굴곡진 밸리코스 1번 홀을 평탄한 잔디밭으로 바꾼 것이다. 다른 기업들의 후원도 받지 않는다. 얼마 전 그린콘서트를 중계하고 싶다는 공중파 TV의 제안까지 거절했다. 순수한 자선 의도를 흐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 후원 없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마스터스골프대회 주최 측 오거스타내셔널GC의 ‘명품 마케팅’을 떠올리게 한다.
그린콘서트는 골프장 인근 광탄면 일대에 관광 특수를 안겨주고 있다. 이번 주말 골프장 주변 숙박시설은 모두 예약됐다. 당일에는 광탄읍에서 골프장까지 셔틀버스가 다니지만 택시 이용 승객도 많아 기사들이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주변 식당도 호황이다. 골프장까지 피자, 치킨, 자장면 등 음식을 배달해주기도 한다. 지역주민들은 서원밸리가 너무 고마워 올해부터는 환영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연예인 가운데 ‘한류 스타’들이 많아 그린콘서트를 타깃으로 일본과 중국의 한류 관광객을 모집하는 여행사도 생겨나고 있다. 입장료가 없으므로 안내만 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몰려 전날부터 골프장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도 많다. 첫해 1500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은 지난해 3만4000명으로 불어났고 올해는 4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골프장은 토요일 영업 중단으로 인한 1억5000만원 정도의 손실도 기꺼이 감수한다. 대규모 자선바자회와 기부금 모금 행사 등으로 모은 4000여만원은 파주 보육원과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본부’ 등에 전액 기부한다.
이 골프장은 대보건설,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회사인 대보유통, 교통정보시스템을 만드는 대보정보통신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보그룹(회장 최등규)이 운영하고 있다.
관람객들에게는 액정표시장치(LCD) TV, 해외여행 항공권 등 푸짐한 경품도 준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초청권은 골프 연습장, 서원밸리골프장, 후원사인 캘러웨이사 등에서 배부하고 있다. (031)940-9400~6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