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세계 최고의 무용축제 ‘댄스 비엔날레’가 열린 프랑스 리옹. 힙합 안무가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안무가 무라드 메르주키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온 10~20대 춤꾼 11명을 만났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춤을 연마해온 도시 빈민가 출신. 체계적인 훈련도 없이 타고난 재능과 열정으로 현란한 춤을 선보인 이들에게 감명을 받은 그는 10년째 운영해온 힙합무용단 컴퍼니 카피그로 불러들였다.

그는 이들을 위해 힙합과 삼바, 브라질 노예들의 춤에서 유래한 민속춤 카포에이라를 조화시키고 유머와 실험성까지 더해 두 작품을 만들어냈다. 물을 주제로 한 ‘아그와’(사진)는 2008년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10년엔 ‘코레리아’로 화제를 모았다.

두 작품은 컴퍼니 카피그를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만들어줬다. 끼와 열정으로 단련된 브라질 춤꾼들은 어두운 뒷골목에서 벗어나 세계 유수의 공연장을 누비게 됐다.

그는 “춤이야말로 그들에게 유일한 탈출구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그래서 더 설득력 있고 파워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가 컴퍼니 카피그를 이끌고 내달 2, 3일 LG아트센터에서 ‘아그와’ ‘코레리아’로 내한공연을 펼친다. 5일엔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한다.

물을 뜻하는 ‘아그와’의 무대는 단촐하다. 물이 가득 채워진 플라스틱 컵 1000여개가 바닥에 깔린다. 무용수들은 촘촘한 물컵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물컵은 조명을 반사해 구릿빛 피부를 비추기도 하고 겹겹이 포개져 조형물이 되기도 한다. 물컵 사이로 떨어지는 무용수들의 땀방울은 또 다른 무대 장치다.

‘달린다’는 뜻의 ‘코레리아’는 바쁜 일상에서 정신없이 달려나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빠르고 흥겨운 퍼커션 리듬 속에 회오리치듯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몸짓이 짜릿하다. 그는 “힙합이라는 움직임의 언어는 길거리, 가난한 이웃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라며 “삶에 대해 불타오르는 욕망 그 자체로 이미 당당한 예술적 언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3만~7만원. (02)2005-0114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