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울 때 신사복 매장은 웃었다.”

일본 신사복 업계가 호황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원전 사고 이후 전국적인 절전 캠페인으로 시원한 신사복인 ‘쿨 비즈’를 찾는 고객이 늘어난 데다, 고가의 가전제품 구매를 줄이는 대신 의류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 신사복 업체 아오키(AOKI)는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70억9000만엔의 순익을 올렸다. 전년도 35억8000만엔에 비해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또 다른 신사복 업체인 아오야마의 경상이익도 80%가량 늘었고, 업계 3위인 고나카는 올해 이익 목표를 올렸다.

일본 신사복 업계가 호황을 누리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쿨 비즈’ 특수다. 일본 전역의 원전이 멈춰선 탓에 각 기업은 대대적인 절전에 나서고 있다. 사무실 냉방 온도가 높아졌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예년보다 더워졌다. 때문에 좀 더 시원한 신사복을 새로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일본 가전 업계의 침체. 작년 3월 ‘에코 포인트’라는 정부의 가전 판매 촉진책이 종료되면서 가전 수요가 급감했다.

가전 업계 부진으로 신사복 매장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다무라 하루오(田村春生) 아오키 부사장은 “가전으로 향하던 소비가 남성 의류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작년 10~12월 가계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교양·오락용 내구재(TV 비디오카메라 등)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감한 반면 남성용 양복과 셔츠·스웨터류 지출은 각각 5%와 16% 증가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