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이달 들어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낙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아시아에서 가장 싸졌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증시의 약점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8일 1782.46으로 마감해 4월 말(1981.99)보다 10.07% 내렸다. 금융주와 부동산주 위주로 구성돼 대외 충격에 특히 취약한 홍콩 항셍지수(-13.57%)를 제외하면 이달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패닉’(공황)의 진원지인 유럽에서는 독일(-7.25%) 프랑스(-6.37%)가 동반 급락했지만 한국보다는 낙폭이 작았다.

밸류에이션은 아시아에서 가장 싸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중국과 같은 8.9배로, 일본(11.6배) 홍콩(14.1배) 등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이처럼 대외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증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으로는 자본시장의 높은 개방성이 꼽힌다. 증시가 불안해지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환금성(換金性)이 좋은 국내 증시에서 가장 먼저 돈을 빼낸다는 분석이다. 이정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국내 시장에서 유럽계의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며 “자본시장 규제로 외국인 비중이 낮은 중국 증시가 올 들어 덜 오르고 덜 빠진 것과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업종 비중이 높은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 낙폭이 과도해 이제는 서서히 매수를 고민해봐도 좋은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 급락은 펀더멘털보다는 외국인 이탈에 따른 과매도 국면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유미/임근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