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은 17일 애플이 엘피다로부터 모바일D램 구매량을 확대한다는 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차이가 있다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5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첫번째, 이 보도에 현재는 엘피다가 생산하는 모바일 D램 중 절반에 현저히 미달하는 수량을 애플에 공급하는 것처럼 기술돼 있지만 지난 4월에도 엘피다가 생산하는 전체 모바일D램의 45%가 애플향이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엘피다가 애플로의 공급을 하반기에 전체 생산량 중의 50%까지 확대해도 지금 현재 모바일 D램 공급업체 사이의 애플 내 점유율에는 큰 변화 없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애플과의 사업 확대로 인해 엘피다가 수혜를 받을 것처럼 암시돼 있지만 애플은 전세계 모바일 D램 수요의 22%를 차지하는 업체이고 가격 협상력이 높아 애플과의 사업이 여타 모바일 D램 수요업체와의 사업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엘피다가 애플로의 출하량 확대를 위해 여타업체들과의 사업 규모를 축소할 경우 엘피다를 제외한 모바일D램 업체는 여타 수요업체들과의 사업 규모를 확대하면서 오히려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번째, 애플은 최근 엘피다의 파산 보호 신청 상황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모바일D램을 낮은 가격에 엘피다로부터 구매해서 이익을 취하고 있을 뿐 엘피다를 지원할 의지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재 모바일D램 1GB 가격은 15달러에 불과하고, 모바일D램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 애플에게 큰 가치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 애플에게 높은 가치를 선사하고 있는 것은 NAND라고 전했다.

애플은 아이폰4S 16GB 제품을 199달러에 판매하고 있고, 32GB 제품을 2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은 16GB NAND를 불과 1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해서 소비자들에게는 100달러를 추가로 받고 있다.

그는 애플에게 원가 대비 9배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모바일D램이 아니라 NAND여서 애플이 멀티 벤더 시스템을 확고히 하고 싶다면 그 대상이 NAND이지 D램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네번째로 애플이 선수금 형태의 자금 지원을 통해 엘피다를 지원할 경우 엘피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라는 우려가 시장에 있지만 애플이 선수금을 지원하더라도 엘피다가 관련 생산능력 확대에 사용해야만 할 것이라며 전사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임의대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엘피다의 본질적인 경쟁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마지막으로 이 보도는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지만 이 인수가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3개월 이상의 기간이 아직 남았고 3개월이 지난 후 엘피다의 경쟁력이 추가 악화된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이 인수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가 마이크론의 위상을 제고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마이크론이 인수 과정에서 투입할 자금과 인수 후 엘피다의 뒤쳐진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투입할 자금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인수 후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D램 산업 내 위상은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