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7일 오전 10시55분 보도



‘블록(계열사)을 뗐다 붙여가며 공을 들여 만든 작품(그룹 지배구조)의 완결판.’

지난해 12월 옛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 코오롱B&S 등 코오롱그룹 소속 3개 계열사가 합병해 코오롱글로벌이 출범한 것을 놓고 한 투자은행(IB) 관계자가 내린 평가다.

코오롱은 2001년 이후 계열사 간 합병·분할·현물출자·자산거래 등을 반복하면서 부실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과 오너 경영권 안정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그룹으로 꼽힌다. 하지만 신규사업 발굴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는 남았다.

○계열사 구조조정과 경영권 안정화 병행

코오롱그룹은 2001년부터 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시작했다. 핵심사업 체질 개선을 위해 옛 코오롱상사를 코오롱CI(투자회사) FnC코오롱(의류회사) 코오롱인터내셔널(무역회사) 등 3개 회사로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상사의 부채는 코오롱CI에 집중시켰다. 그만큼 FnC코오롱 및 코오롱인터내셔널 등 우량사업의 경쟁력은 높아졌다.

2005년부터는 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가속화했다. 코오롱건설이 그린나래골프장을 그룹 지주회사인 (주)코오롱으로부터 850억원에 사들인 게 시발탄이었다. (주)코오롱은 이 돈을 기반으로 FnC코오롱을 장내 매입, 지분율을 24.9%에서 2008년 말 85.4%까지 높였다. 2009년 8월엔 (주)코오롱과 FnC코오롱을 아예 합병시킨 데 이어 곧바로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인적분할해 (주)코오롱을 지주회사로 전환시켰다.

이를 통해 (주)코오롱은 인더스트리·건설·IT·생명과학사업을 지배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의류·유화·산업자재사업을 아우르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최대주주인 이웅열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을 (주)코오롱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종전 19.0%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52.5%까지 끌어올렸다.

○건설 지원용 추가 계열사 합병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추가적인 계열사 재편을 실시했다. 코오롱건설은 건설업황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종합상사였던 코오롱아이넷과 수입차 판매업체인 코오롱B&S를 흡수합병, 코오롱글로벌로 이름을 바꿨다. 이를 통해 코오롱글로벌 부채비율은 종전 577%에서 작년 말 433%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봤다.

하지만 건설업 관련 위험을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글로벌 화학업체인 듀폰과 벌이고 있는 9억달러(1조500억원) 규모의 소송전도 그룹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체된 성장성 확보 과제

지난 십여년간 성장이 정체돼 있던 점도 코오롱그룹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부실계열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에 몰두하다 보니 신규사업 개발이나 M&A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최근 코오롱그룹이 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설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주)코오롱이 54.6%를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옛 환경시설관리공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그룹이 올해 초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상장을 마친 데 이어 내년을 목표로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신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