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촌 장자마을 주민들, 최신 영화 관람에 '함박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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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시집와 20년째 살고 있는데 오늘 같은 행사는 처음이다. 너무 기쁘고 즐겁다."
최신 영화 관람이 어려운 한센마을 주민의 문화 소외 해소를 위해 열린 '개봉영화 상영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최영숙 장자마을 부녀회장(58)은 "영화를 보려면 의정부까지 1시간 이상 나가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는 14일 포천 장자마을 행복 학습관에서 롯데시네마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도내 5개 한센마을(장자, 다온, 성생, 천성, 상록)에 월 1회 개봉 영화를 상영하고 최신 영화 DVD를 제공한다.
이날 체결식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동호 롯데시네마 상무, 조재현 경기영상위원장, 서장원 포천시장, 5개 한센마을 대표 및 주민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MOU 체결식 이후 도지사 감사패 증정, DVD 전달과 함께 장자마을 어머니 합창단 공연이 이어졌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백설공주'의 상영도 있었다.
김문수 지사는 "장자마을은 그동안 무허가 공장으로 인해 100번 이상의 고소와 고발을 당해왔다" 며 "한센마을 주민들이 더 이상 법의 처벌 대상이 아닌 떳떳한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드리고자 적극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늘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오셨다면 이젠 저도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다"며 주민들을 응원했다.
조재현 경기 영상위원장은 "현재 영상위원회에서 한센인을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 중이다" 며 "저를 비롯한 평소 한센인에 선입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관람과 문화 향유를 원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자마을에서 근무중인 이윤순 대리는 "포천에 극장이 있다고 해도 이분들은 밖으로 나가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며 "직접 찾아오셔서 영화를 상영해주시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마을 분들이 끝까지 남아서 다 보고 가셨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며 "이번 개봉영화 상영 사업이 흐지부지 되지 않고 정기적으로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와 롯네시네마는 올 3월19일 비무장지대(DMZ) 내 위치한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에 롯네시네마 영화관을 건립해 월 2회 최신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또 경기도민의 문화 향유권 증대를 위해 도내 노인복지회관과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경기 포천 신평3리에 위치한 장자마을은 일명 '나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이 마을 주민들의 차별과 편견으로 쫓겨다니다 정착해 생긴 마을이다. 현재 105명의 한센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오랫 동안 다른 지역과 격리돼 문화와 교육면에서 기본적 혜택을 받지 못했다.
장자마을 주민들은 무허가 염색공장을 지어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폐수를 방출하고 법을 어겼단 이유로 고소와 고발을 당하고 감옥에 다녀오기도 했다. 현재 염색공장은 법 개정으로 합법화됐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 91개 한센인 정착촌 중 최초의 대규모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