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新)금맥’ 발견이라고 들떠 있는 셰일가스 혁명이 조만간 한국에 상륙한다. 정부가 에너지 비용 절감과 제조업 경쟁력 확충을 위해 전면 도입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민·관 전문가를 위원으로 하는 ‘셰일가스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 TF는 셰일가스 개발 동향 및 전망을 토대로 국내 도입 전략과 산업별 파급효과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오는 8월 말 종합적 수급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천연가스 가격 7분의 1로 떨어져”

정부는 최근 미국 제조업 생산성이 셰일가스 생산 확대를 발판으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외신 보도 및 연구기관들의 분석 등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올초 한국가스공사가 미국 사비네 패스 LNG와 향후 20년간 350만을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신호탄이다. 국내 연간 가스 소비량의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셰일가스 채취 확대로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5년 전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30% 이상 싸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로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하면 에너지 수입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셰일가스 개발, LNG 수송선 수주 증가 등 국내 관련 업체 호황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경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해외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민간 기업들에 좋은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효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초 자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우리는 미국이 100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갖고 있다”고 공언했다. 셰일가스의 비약적인 생산 능력을 언급한 것. 당초 셰일가스는 경제적·기술적 제약으로 채취가 어려웠지만 최근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신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힘입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천연가스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올라섰다.

미국이 이처럼 셰일가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를 살릴 ‘산소호흡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 경제조사기관인 IHS글로벌인사이트는 셰일가스 생산 확대가 제조업체 생산비용 하락 및 대외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2035년까지 160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는 1조9000억달러, 세수는 9330억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우려 목소리도 있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셰일가스를 채취할 때 우라늄 등 화학물질이 지하수에 스며드는 등 환경오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또 채굴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일반 천연가스보다 오염물질인 메탄이나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단점이다. ‘노동의 종말’, ‘공감의 시대’ 등을 집필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셰일가스는 정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셰일가스

shale gas. 주로 진흙으로 이뤄진 퇴적암층(셰일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다. 미국 중국 중동 러시아 등에 약 187조4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가 향후 5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