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책 '쏠림 현상'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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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뒷전, 분배 개선에만 몰두
온정주의는 글로벌 시장서 안통해
땀·열정 요구하는 지도력 필요
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
온정주의는 글로벌 시장서 안통해
땀·열정 요구하는 지도력 필요
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
연초 크게 기대됐던 국내외 경기 회복세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 일자리 부족은 더욱 심각해지고 복지 재원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국내 경기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요즈음 경제 대책에는 정치권이든 정책 당국이든 온통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정책 개발에 경쟁적으로 몰입하는, 정책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의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고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책의 균형 감각이 무너지는 사태다. 성장 정책에만 관심을 갖는 것 못지않게 분배 개선에만 열을 올리는 것 역시 한국 경제의 건실한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원 정책의 전제가 감성적이고 막연한 사회 통념에 근거할 경우 정책 오류로 인한 한국 경제의 손상은 치명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우리 사회에 유포된 기업 규모 간 양극화 현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난 10년간 경영 실적을 보면 대기업만 돈을 벌었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 얘기가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990~2009년 연평균 출하액 증가율은 각각 10.0%와 10.8%다. 수익률을 나타내는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은 대기업 8.7%, 중소기업 9.8%다. 이 통계는 잘나가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반론이 곧바로 제기되나, 적어도 모든 중소기업이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지표로서는 충분하다.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기업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과신도 문제다. 국내 대기업에 과도한 요구가 몰리는 것을 보면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고 이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국내 주력 산업들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에는 일본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격에서는 중국에 쫓기는 ‘압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수출 대기업의 성과는 선진국들의 제조업 기반 약화와 주요 시장에서 나타난 ‘중저가 상품 수요’ 증대 등으로 인한 행운일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도 절실한 것이다.
영세 자영업의 사업 악화 원인 파악도 편향돼 있다.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소규모 자영업의 최대 경쟁자는 주변의 무수한 자영업 점포들인 것으로 나타난다. 대기업의 영역 침범도 막아야 하지만, 자영업 시장의 무한 경쟁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점도 균형된 정책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극심한 수요 부진과 생산 능력 과잉에 봉착해 시장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특히 금융 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제조업 유턴’을 위한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산업의 생존 여건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다.
우리 경제권에서 일방적으로 경도되고 있는 논의 중 가장 걱정되는 것은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다. 이에 대한 논란은 사실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벌어진 것이나, 최근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서 더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 논의가 국내용에 머물러 있지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가 간 빈부 격차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소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국의 국부 창출을 위해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는 더욱 경쟁적이 된다는 것이다. 자칫 한국만 온정주의에 빠져 곶감 빼먹듯 현재의 부를 나누는 데만 열중하다가는, 국내 경제는 냉엄한 세계 시장 경쟁 체제에서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빠져 버리게 된다. 한국 경제의 분배 개선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층에 대한 배려만큼이나 국민의 땀과 열정을 요구할 수 있는 소신과 용기가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bkyoo@hri.co.kr >
그런데도 요즈음 경제 대책에는 정치권이든 정책 당국이든 온통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정책 개발에 경쟁적으로 몰입하는, 정책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의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을 돌아보고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책의 균형 감각이 무너지는 사태다. 성장 정책에만 관심을 갖는 것 못지않게 분배 개선에만 열을 올리는 것 역시 한국 경제의 건실한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원 정책의 전제가 감성적이고 막연한 사회 통념에 근거할 경우 정책 오류로 인한 한국 경제의 손상은 치명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우리 사회에 유포된 기업 규모 간 양극화 현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난 10년간 경영 실적을 보면 대기업만 돈을 벌었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 얘기가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990~2009년 연평균 출하액 증가율은 각각 10.0%와 10.8%다. 수익률을 나타내는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은 대기업 8.7%, 중소기업 9.8%다. 이 통계는 잘나가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반론이 곧바로 제기되나, 적어도 모든 중소기업이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지표로서는 충분하다.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기업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과신도 문제다. 국내 대기업에 과도한 요구가 몰리는 것을 보면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고 이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국내 주력 산업들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에는 일본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격에서는 중국에 쫓기는 ‘압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수출 대기업의 성과는 선진국들의 제조업 기반 약화와 주요 시장에서 나타난 ‘중저가 상품 수요’ 증대 등으로 인한 행운일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도 절실한 것이다.
영세 자영업의 사업 악화 원인 파악도 편향돼 있다.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소규모 자영업의 최대 경쟁자는 주변의 무수한 자영업 점포들인 것으로 나타난다. 대기업의 영역 침범도 막아야 하지만, 자영업 시장의 무한 경쟁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점도 균형된 정책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극심한 수요 부진과 생산 능력 과잉에 봉착해 시장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특히 금융 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제조업 유턴’을 위한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산업의 생존 여건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다.
우리 경제권에서 일방적으로 경도되고 있는 논의 중 가장 걱정되는 것은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다. 이에 대한 논란은 사실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벌어진 것이나, 최근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서 더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 논의가 국내용에 머물러 있지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가 간 빈부 격차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소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국의 국부 창출을 위해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는 더욱 경쟁적이 된다는 것이다. 자칫 한국만 온정주의에 빠져 곶감 빼먹듯 현재의 부를 나누는 데만 열중하다가는, 국내 경제는 냉엄한 세계 시장 경쟁 체제에서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빠져 버리게 된다. 한국 경제의 분배 개선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층에 대한 배려만큼이나 국민의 땀과 열정을 요구할 수 있는 소신과 용기가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유병규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bkyoo@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