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스피지수는 1910선까지 밀렸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곧 발표될 중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할 것으로 보여 단기 모멘텀(상승동력)으로 작용해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지난주말 중국의 4월 경기지표는 기대와 달리 부진, 오히려 경기둔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시 1870~1900선을 연중 지수의 바닥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식시장에는 '팔아야 할 논리'와 '지켜봐야 할 논리'만 있을 뿐 '사야 할 논리'가 없다. 일거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면 미국 중국 유럽이 잇따라 통화완화 카드를 꺼내 보여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실물경제지표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률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수출과 수입이 동반 둔화되며 대내외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진 데다가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실무경제지표가 모두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2분기에도 경제지표의 뚜렷한 개선 흐름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이후 상승했던 증시가 1900선을 위협할 정도로 기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믿었던 미국의 경기회복이 부진하고, 중국 경기 역시 2분기까지 기대할 것이 없는 데다 유럽의 위기는 다시 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내 국내 자금의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도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팔아야 할 논리 뿐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문제에 이어 중국까지 경기지표가 부진하면서 이들의 정책공조가 재차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주말 지준율을 내린 중국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김광재 NH농협증권 선임연구원은 "인민은행이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에 지준율 인하(50bp)를 단행했는데 이는 신규대출이 전월보다 크게 줄고, 통화량(M2) 증가율도 3개월래 최저치로 둔화되는 등 최근 유동성 공급 필요성이 높아진 게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실물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긴축 완화 여지가 커졌다"면서 "이에 따라 연내 2~3차례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도 "유럽과 미국의 경기하강 우려를 감안할 때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수 부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4월 소비지표의 부진은 역설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QE3) 역시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악화될 경우 QE3 등 경기부양책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QE3가 실시되려면 미국의 주가 조정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지표가 둔화되고 있고, 유로존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미국 금융업에 미칠 영향과 경험적으로 정책공백 국면에서 금융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QE3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현재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아킬레스건(고용, 소비)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오바마의 두 가지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리는 '유가와 고용' 중 고용이 불안해지고 있다"며 "결국 미국의 QE3 시행을 계기로 중국과 유럽의 통화 완화정책이 공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선거 이슈 이후 '긴축보다 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며 시장을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카드에서 유로존의 합의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김세중 팀장은 "역설적으로 성장을 강조하는 유럽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며 "올랑드의 프랑스와 메르켈의 독일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의 프레임으로 '신재정협약' 준수와 각국의 긴축이행을 확인하고 대신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카드에서 서로의 합의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완화적 통화정책과 유로화 약세를 통한 성장 정책으로 합의점을 도출해 낼 것"이라며 "앞으로 올랑드와 메르켈의 회동은 성장촉진책을 찾는 만남으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