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위기감은 중소 업체에서 대형사로 번지는 양상이다. 해운시장의 침체로 상선 발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올 들어서만 삼호조선과 세광중공업 등의 중소 조선사들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는 해양플랜트로 버티고 있지만 STX조선해양이나 한진중공업 같은 업체들은 수주 가뭄에 흔들리고 있다.

조선사들은 총 수주잔량 가운데 30% 이상의 배를 올해 안에 인도할 예정이다. 따라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 2, 3년 후에는 도크를 놀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도크는 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 조선소나 항만에 세운 시설이다. 일부 대형 업체들은 ‘고정비라도 뽑겠다’는 속셈으로 저가 수주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의 위기는 해운 불황과 맞물려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대형 해운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으로 해상 물동량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호황기에 발주한 선박들이 투입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철강업계도 가격 하락 등 악화된 경영 환경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철강업체들의 고민은 지난 1분기 실적 악화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간판 기업인 포스코는 1분기 영업이익(IFRS상 별도 기준)이 422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4%나 줄어들었다.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이익도 49.4% 감소한 1565억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도 1분기에 별도 기준으로 429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갖고 있던 SK텔레콤 등의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포스코특수강의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3위 철강사인 동국제강은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하락을 못 견뎌 3개 후판 공장 가운데 포항 1후판 공장의 문을 내달 10일 닫기로 했다.

이유정/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