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은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판교 알파돔시티 투자 가치는?
총사업비 5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인 ‘성남판교 알파돔시티’ 사업이 사업자 선정 5년 만에 본격화됐다. 지난 4월 24일 ‘알파돔시티’ 기공식이 개최된 것이다. 이후 9월 분양 예정인 주상복합 아파트 931가구에 대해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판교신도시에서 강남역까지 20분대에 도착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강남 부자들까지 알파돔시티뿐만 아니라 주변 신규 분양 상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가, 평당 2000만 원 예상

‘알파돔시티’는 판교신도시 중심부인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중심상업용지 13만8000㎡ 부지에 추진되는 복합개발단지로, 주상복합은 물론 백화점·호텔·상업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공모형 PF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9월 민간 사업자(행정공제회 컨소시엄) 선정 이후 같은 해 10월 프로젝트 회사인 (주)알파돔시티가 설립됐다.

이후 2008년 1월 용지 매매 계약 체결 후 2010년 1월 주상복합 931가구에 대한 주택 건설 사업 계획이 승인됐지만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성 악화 우려, 건설사 지급 보증 거부 등으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졌다. 사업 진척에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 발주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 기간 연장 및 단계별 개발, 대물 인수, 토지 대금 납부 조건 완화 등을 통해 사업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민간 출자사가 공사비 절감, 자산 선매각 등 노력을 통해 착공에 필요한 1조5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 정상화 방안을 올해 2월 말 확정지은 바 있다.

알파돔시티 사업의 공모자인 LH와 민간 사업자인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컨소시엄은 자산 선매각 등을 통해 착공에 필요한 자금 1조5000억 원 조달에 성공했다. 컨소시엄은 알파돔시티 자산을 현대백화점과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 선매각해 66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또 LH가 현물로 3400억 원을 대납하고 금융권으로부터 2단계 중도금 4600억 원을 대출받아 1조5000억 원을 마련했다.

발주자 및 민간 사업자 간 상생 모델은 최근 국내 PF 사업의 전반적인 부진과 몇몇 사업의 좌초 위기 상황에서 고무적인 모델로 꼽힌다. 국토해양부가 PF 사업 정상화를 위해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알파돔 PF 사업은 정상화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판교·광교·동탄신도시 등은 각종 기반 시설과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자족 기능을 갖춘 2기 신도시로서, 타 신도시와 달리 아파트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게 알파돔시티 주상복합 아파트의 투자성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판교 신도시는 정보산업단지, 최첨단 연구단지, 연구소 등 산업 시설을 유치해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뤄지도록 만들어졌다. 게다가 경기도가 3조8000억 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곧 들어설 예정인데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이 지역에는 삼성테크윈·SK케미칼·안철수연구소·네이버·네오위즈·엠텍비젼·아이리버·엔씨소프트·차그룹줄기세포연구소 등 국내 유명 300여 개 업체가 올해 말까지 입주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알파돔시티 사업을 1단계로 분양성이 좋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업무·상업 시설 2개 블록 공사를 우선 시행하고 2단계로 2015년부터 호텔·백화점 등 4개 블록 공사를 시행, 2018년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중 호텔 부지는 사업성이 떨어져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려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알파돔시티의 상업 시설은 주상복합 상업 시설을 포함해 총 19만㎡(약 5만7500평. 총면적 기준) 상업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는 9월 주상복합 아파트(931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며 연말쯤에는 상업 시설을 분양한다.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1평)당 2000만 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값이 3.3㎡당 2300만~2700만 원을 호가하고 있어 당첨만 되면 3.3㎡당 500만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은 최고 2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주상복합 아파트 가치 떨어질 가능성

판교신도시는 66만㎡(20만 평 이상) 택지지구이기 때문에 3 대 7의 비율로 성남시 거주자 30%, 수도권 청약자 70%가 경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성남시 거주자에게 전체 물량의 30%가 우선 배정된다. 지역 우선 공급에서 떨어져도 경기(20%), 서울·인천(50%) 거주자 청약 기회가 주어진다. 거주자 인정 기준은 ‘해당 지역 거주자는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해당 지역에서 1년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자, 도 거주자는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도에 6개월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자’다.

2000년대 중반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 당시의 당첨 안정권이 60점대였기 때문에 알파돔시티 청약 가점은 적어도 60점대가 넘어야 안정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투자할 때는 무엇보다 신중함이 요구된다. 현재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현재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호가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어 알파돔 시티 주상복합 프리미엄은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당첨 후 1년간 전매가 제한되는 데다 주상복합 아파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즉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 하락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호황기 때 주변 시세를 견인했던 도심 주상복합 아파트 경매량이 최근 늘고 있고 낙찰가율도 하락하고 있다. 2회 이상 유찰은 기본이고 3회 이상에서 낙찰되는 사례도 많다.

강남 3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일반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80%)을 크게 밑돈다.

주상복합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 민간 부동산 정보 업체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3.3㎡당 2130만 원이던 서울 지역 주상복합 평균 매매값은 올해 1분기 2088만 원으로 하락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165㎡는 2007년 9월 33억4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에는 18억8550만 원으로 5년 새 14억5450만 원이나 추락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주상복합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이달까지 경매로 나온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310가구 중 13%에 해당하는 40가구가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이는 강남 3구의 전체 아파트 중 주상복합이 차지하는 비중(7%)의 두 배에 가깝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하락하는 주요 이유는 재건축 같은 개발 기대감과 거주환경이 아파트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리비가 아파트에 비해 많이 들고 전용율 면에서도 불리해 지금 같은 부동산 불황기 때 열등재다. 또한 주상복합은 대개 대형이어서 소형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고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주상복합의 부동산 가치가 앞으로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좁은 땅에 많은 가구를 지은 형태이다 보니 개별 소유자들의 지분이 적어 향후 개발에 대한 기대를 거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주상복합은 대형 고급 주택으로 공급돼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알파돔시티 주상복합은 투자보다 실수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