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도 못뜨고…상암 랜드마크 백지화 '위기'
서울시 상암동 DMC(디지털 미디어 시티) 내 ‘133층(640m) 랜드마크 빌딩(조감도) 사업’이 착수 4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사업 시행사인 서울라이트타워가 요청한 사업계획 변경안(지정용도 비율 변경)에 대해 서울시가 수용이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사업계약 해지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서다.

개발완료 단계인 DMC 지역에서 중심핵에 해당하는 랜드마크빌딩 사업이 4년간의 허송세월을 보내고, 백지상태에서 사업자 재선정에 나서야 하는 등 ‘장기표류 상황’에 내몰리자 현지 입주기업들과 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사업계획 변경 어렵다”

첫 삽도 못뜨고…상암 랜드마크 백지화 '위기'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11일 “이 사업은 처음부터 ‘랜드마크’라는 목적으로 사업자가 선정됐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사업여건 악화를 이유로 랜드마크 본질을 훼손하는 내용의 ‘사업계획 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수용하기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시장이 2009년 용지매매계약 당시와는 크게 달라져서 사업계획도 변경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업성 및 계약조건 변경은 기존 사업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자를 재선정할 때나 검토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시행사가 꾸준히 요구해온 사업계획 변경 요구에 대해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낼 예정인데, 현재까지는 ‘수용 불가’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울라이트타워가 계획 변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해지하고, 사업타당성 용역을 재실시해서 신규 사업자를 다시 뽑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시는 당초 이달 7일이었던 착공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해 준 상태다. 이 기간 내에 상암DMC 기획위원회 등을 거쳐 내부 입장을 정리한 후 서울라이트타워에 최종 결정을 통보한다.

○‘파이시티 특혜 논란’도 의식

서울시는 최근 파이시티 용도 변경 특혜 의혹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터라 랜드마크 건물의 사업계획 변경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가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요구한 △주거동 추가 건립 △주거비율 확대(20%→30%) △오피스텔 도입(20%) 등을 받아줄 경우 나중에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강희용 시의회 의원(민주통합당)과 재정경제위원회가 개최한 ‘상암 DMC 랜드마크 133층 고수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결론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 패널들과 방청객들이 서울라이트타워의 사업계획 수정안에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법적분쟁 휘말릴 수도

건설업계는 이번 민·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이 파기될 경우 책임·비용 문제를 두고 양측 간 법정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대우건설, 한국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25개사가 주주로 참여한 서울라이트타워는 법정소송을 통해 손실범위를 확정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라이트타워 관계자는 “계약해지에 따른 법적 문제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미 분납한 택지매입비 1963억원은 돌려받겠지만, 360억원의 계약금을 포함해 주주들이 지난 3년간 사용한 1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추진 비용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소송이 진행되면 서울시가 당장 재공모를 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2015년 완공예정이던 랜드마크 빌딩은 또다시 무기한 늦춰질 것이란 분석이다.

상암DMC 입주기업과 주민들은 “랜드마크 빌딩 준공이 지연되면 도심이 텅빈 상태로 남아 기업 유치, 상권 형성 등에 어려움이 많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