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행사가 있다. 올림픽 월드컵 세계박람회가 그것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스포츠 축제라면, 세계박람회는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축제이다. 3대 행사 중 경제·문화적 파급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세계박람회가 12일 전남 여수에서 개막된다. 우리나라는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컬럼비아박람회에 가마와 관복 등을 출품하며 글로벌 빅이벤트에 처음 참가했다. 이후 120년이 지나 제4의 물결로서의 바다혁명을 표방하며 인류 문명의 진보와 미래의 청사진을 내보이게 되었으니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누릴 경제적 혜택은 자못 크다. 12조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와 6조원의 부가가치, 그리고 8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또 이렇다 할 생산 기반이 없었던 전남지역은 박람회를 경제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고, 남해안이 세계적인 해양문화 관광 레저벨트로 부상할 수 있는 마케팅의 기회가 된다.

그러나 세계박람회 개최국의 사명은 박람회를 국가 발전이나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대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국제박람회기구 규약에는 세계박람회가 인간의 노력으로 성취한 진보를 증명하거나 미래의 번영을 보여줘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규약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박람회 개최국이 누리는 혜택을 국제 사회에 환원하는 첫걸음이 된다.

해양오염 심화, 해양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 바다가 처한 재난은 지구 전체의 문제다. 또 국제사회는 자원 고갈과 경제위기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바다 개발에서 찾고자 한다. 이 때문에 이번 여수세계박람회가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해양문명 건설을 꿈꾸는 인류의 의지를 표방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기후 변화 대응과 블루이코노미 실현, 해양역량 강화 등의 주제는 지금까지 소수의 정치가, 과학자, 연구자들의 손에만 머물러 있던 것이 사실이다. 여수세계박람회는 이 같은 해양 관련 거대 담론을 전시라는 형식을 빌려 대중이 친근하게 접하게 함으로써 일상의 담론으로 확산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대전엑스포가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세계에 과시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여수세계박람회는 인류적 차원의 숙제를 풀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람회의 성공 여부는 개최국이 누리는 경제적 효과의 크기를 떠나 그것이 인류 사회에 미친 정신적 영향의 깊이에 따라 판가름된다. 그것은 조직위원회나 자원봉사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세계박람회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박람회 개최의 궁극적 이상임을 환기하며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국민이 바다와 인류를 호혜적으로 묶는 해양시민(sea-tizen)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학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