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스위스 시계 ‘티쏘’. 시계에 눈뜨기 시작한 20~30대 젊은 남성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9일 스와치그룹코리아에 따르면 티쏘의 국내 매출은 2009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260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티쏘는 스와치그룹이 한국에서 판매 중인 20개 브랜드 가운데 ‘서열 2위’다. 매출은 ‘오메가’ 다음으로 높고, 개수로 따지면 ‘스와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다.

티쏘는 50만원 안팎의 중저가 제품을 전략적으로 내세워 틈새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토매틱 무브먼트(기계식 동력장치)를 장착하고도 20만원대인 제품도 있다. 이 브랜드의 철학은 ‘금(金)의 가치를 은(銀)의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 일부 명품시계 브랜드가 시계값을 주기적으로 인상해온 것과 달리 티쏘는 가격도 거의 올리지 않았다.

티쏘의 베스트셀러는 젊은 남성 사이에서 ‘국민시계’라는 호칭까지 얻은 ‘PRC200’(50만원대)이다. 디자인이 정장이든 캐주얼이든 잘 어울리면서도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아 대표적인 입문용 시계로 꼽힌다. 다이얼(시계판)은 검정·파랑·흰색 등 세 가지 색상이며, 스틸 브레슬릿(금속줄)과 가죽 스트랩(시곗줄)을 교체할 수 있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다소 의외지만 티쏘는 160년된 장수 브랜드다.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티마그네틱 시계, 터치스크린 방식의 시계 등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기술력을 과시했다.

티쏘는 최근 서울 논현동 플래툰쿤스트할레에서 160주년을 기념하는 ‘미니 바젤월드’ 행사를 열고 올 여름부터 출시할 신제품을 공개했다. 최고 기대주는 티쏘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스위스의 크로노미터 검사기관(COSC) 인증을 받은 고급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한 ‘르 로클 크로노미터 에디션’(사진·123만~149만원)이다. 르 로클 라인의 상징인 길로셰(띠 문양으로 시계를 장식하는 스위스의 전통방식) 패턴과 로즈골드빛 케이스로 우아함을 강조했다.

또 다른 간판은 모터사이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한정판 ‘티 레이스 모토GP 2012 리미티드 에디션’(오토매틱 126만원, 쿼츠 102만원)이다. 검정과 노랑의 조합과 함께 그랑프리 대회에서 브레이크 소재로 쓰이는 카본 화이버로 다이얼을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황수정 티쏘 PR마케팅담당 과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20%였던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비중이 최근 40%까지 높아졌고 여성용 시계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신제품을 통해 올해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