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유럽 국가인지 중동 국가인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지리적 위치나 정치적 성향으로만 보면 터키는 분명 중동 국가다. 국토의 85%가 중동에 속해 있고,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부문이 이슬람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터키 경제가 유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의 절반가량이 유럽과 이뤄지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도 대부분이 유럽 국가들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중동의 민주화 열풍에 따른 소요 사태와 이란 핵개발 파문, 유럽발 금융위기 등 최근의 이슈는 터키에 큰 악재였다. 그럼에도 터키는 오히려 최근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연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내수시장도 탄탄하고 물가도 안정적이다. 비결은 터키식 생존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유럽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발빠르게 수출시장 다각화에 착수했다. 유럽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역대 최고인 134억달러를 기록한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기업들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유럽 위기를 기회로 삼고 핵심 기술을 보유한 유럽의 알짜 기업들을 헐값으로 사들였다. 터키 최대 가전 메이커인 아르첼릭을 비롯해 전자, 에너지, 자동차 부품, 물류 등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유럽 회사를 인수했다.

터키 2년째 8%대 성장 비결은
중동 사태에도 매끄럽게 대응했다. 터키는 해외의 대응을 지켜보며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다. 유혈 사태가 심각한 시리아에 대해서는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 동시에 민간교류를 활발하게 유지했다. 이란 핵 문제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핵 이슈가 불거지자 터키는 중재자 역할을 맡으며 전면에 나섰다. 이유는 에너지다. 터키는 원유의 30% 이상을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이란 제재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터키는 안정적으로 이란에서 원유를 들여오고 있다.

유럽과 중동 사이에 ‘낀 나라’인 터키는 연이어 맞닥뜨린 위기를 기회로 바꿔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국제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하지 않은 터키식 생존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공태원 < 이스탄불무역관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