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변에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는 공업도시이자 전시회 도시다. 연중 수많은 전시회가 열린다. 그중 4년에 한 번 열리는 뒤셀도르프국제인쇄기술전(drupa)의 4일간 입장료는 220유로. 우리 돈으로 32만원에 이른다. 입장료가 공짜이거나 몇 천원 수준인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입장객에게는 시내 지하철 및 버스 이용(회당 2000원 선)이 무료지만 그걸 감안해도 입장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100여개국에서 35만명의 바이어가 찾는 것은 인쇄 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업체도 한국 미국 독일 일본 등 56개국 1850여개에 달해 성격이 비슷한 다른 인쇄 전시회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 3일 개막,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디지털인쇄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웹 투 프린트(Web-to-print)’와 맞춤형 인쇄 등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또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을 가늠할 수 있다.

오프셋 인쇄기로 책을 출판할 때는 한 번에 1000부 이상을 찍는 게 통례다. 고정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디지털인쇄는 그럴 필요가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필요한 만큼 출력할 수 있다.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청첩장 캘린더 청구서 등에서 나아가 책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인쇄 기술 발달로 ‘웹 투 프린트’ 비즈니스도 가능하게 됐다.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이에 맞춰 디지털 장비로 책자 등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카탈로그 명함은 물론 책도 만들어준다. 쇼롬 웨글레인 휴렛팩커드(HP) 인디고 부문 마케팅매니저는 “웹투프린트를 이용하면 개성 있는 다품종 소량 형태의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자료와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입력하면 책으로 만들어주는 사업을 선보였다. 1권짜리 서적 발행도 가능해진 셈이다.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과서를 따로따로 만들 수도 있게 된다.

물론 디지털 인쇄의 단점도 있다. 오프셋 인쇄에 비해 인쇄 속도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 독일 KBA사는 분당 150m를 인쇄할 수 있는 디지털 고속윤전잉크젯 인쇄기를 선보였다. HP는 B2사이즈(728×515㎜) 인쇄가 가능한 인쇄기를 내놨다. 일부 시장조사기관에선 현재 전체 인쇄시장 의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디지털 인쇄가 5년 내 35%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GMP 대호기계 영신기계 등 28개 업체가 전시회에 제품을 선보였다.


■ 오프셋 인쇄

오프셋 인쇄는 전통적인 아날로그 인쇄 방식의 대표적인 기법이다. 평판인쇄의 한 방법으로 판에서 직접 종이에 인쇄하지 않고 고무 블랭킷에 일단 전사한 다음 용지에 인쇄한다. 반면 디지털 인쇄는 인쇄판이나 고무 블랭킷을 이용하지 않고 컴퓨터에서 입력한 내용을 바로 토너나 액체 잉크를 이용해 종이에 출력한다.

뒤셀도르프=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