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당권파가 주도한 전국운영위원회가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해 결정한 건 크게 세 가지다. 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전체 비례대표 20명 중 전략공천 후보 6명을 뺀 당선자·후보자(14명)의 전원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다.

이 중 지도부 총사퇴는 사실상 당권파가 요구했던 사안이고 비대위 구성은 비당권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한 가지씩 주고받은 모양새다. 관심사는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 여부다. 여기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승패가 갈린다. 특히 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로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와 3번인 김재연 당선자(사진)의 거취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례대표는 유시민 공동대표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듯이 사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자진사퇴가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들은 아직까진 사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1번인 윤금순 당선자가 사퇴의사를 표명하며 동반사퇴를 압박했지만 당권파는 버티는 형국이다. 비례대표 사퇴는 당내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재연 당선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며 “하루아침에 부정선거 당선자가 됐다”며 운영위의 사퇴 권고안에 강력 반발했다.

지난 5일 운영위에서도 당권파가 강력 반발한 건 이들의 사퇴 여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을 맡은 이정희 공동대표가 퇴장한 후 유시민 공동대표가 의사봉을 이어받아 이들의 사퇴 권고안을 의결하려고 하자 당권파 당원들과 지지자 70여명이 실력행사를 했다.

당권파인 이 공동대표가 대표직 사퇴 및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진상조사위 결과를 부정하면서 버티기를 한 이유도 이석기 당선자를 사수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많다.

이 당선자는 당권파의 핵인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으로 분류된다. 한국외국어대 82학번인 이 당선자는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에서 지하 학생운동을 했다. 같은 학생운동권 출신인 하태경 새누리당 당선자는 최근 “그는 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으로 (당시) 서열 5위 안에 드는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정희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일어났던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를 맡은 CNP전략그룹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당권파의 사퇴권고 수용 여부에 따라 진보당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 당권파 일각에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정하는 12일 중앙위원회 의결 내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상당하다. 권고안을 거부한다면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당권파가 권고안까지 무시하면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며 “비판 여론을 생각할 때 결국 사퇴 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