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와인' 꿈꾼 몬다비…최고를 향한 열정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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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와인투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年 240만병 고급 와인 생산
캘리포니아 안개와 햇살에 장인의 수작업 거쳐 탄생
튀지않고 부드러운 맛 특징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年 240만병 고급 와인 생산
캘리포니아 안개와 햇살에 장인의 수작업 거쳐 탄생
튀지않고 부드러운 맛 특징
고급 와인이 유럽에서만 생산되던 1966년. ‘미국 와인의 전설’ 로버트 몬다비가 쉰두 살의 나이로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와이너리를 세웠다. 코카콜라와 벌크와인으로 유명한 미국에서 보르도 와인과 맞설 수 있는 고급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모두가 비웃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이 와이너리에서는 연간 고급 와인 240만병을 생산한다. 매년 10만명이 찾아오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와인 투어’를 최초로 도입한 인물도 몬다비였다. 그는 와이너리를 단순히 와인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의 상징인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찾았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천국
13시간의 비행.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 피로가 몰려왔다. 밴에 오르자마자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잤을까.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얼굴에 쏟아진다. 눈을 떠보니 와인의 고장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포도밭과 길 옆 기찻길을 따라 늘어선 와이너리…. 나파밸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85㎞. 29번 국도를 따라 1시간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나파 지역의 중간쯤인 오크빌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자리잡고 있다. 노란색 아치 형태의 정문이 손님을 맞는다. 몬다비 와인의 라벨에도 그려져 있는 이 와이너리의 상징이다. 지중해 연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건물. 캘리포니아에 와인 문화를 처음 전했던 스페인 선교사들을 기리기 위해 이렇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입구를 지나자 포도밭이 펼쳐진다. 언덕 아래는 포도나무들이 막 싹을 틔우고 있다. 이곳은 자갈이 많은 토양이라 배수가 잘 된다. 해안을 따라 둘러선 산이 찬바람을 막아준다. 아침이면 해안에서 서늘한 안개가 올라오는데 낮이 되면 강렬한 햇빛이 안개를 밀어낸다. 일교차가 커서 카베르네 소비뇽(적포도) 품종이 잘 자란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몬다비는 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와인이 숨쉬는 향기
포도밭을 지나 와이너리의 첫 번째 방으로 들어서자 대형 오크통들이 눈에 들어온다. 선별 작업을 끝낸 포도가 1차 발효되는 곳이다. 지하로 한 층 내려가자 수백 개의 오크통이 늘어서 있다. 와인은 오크통 속에서 숨을 쉰다.
몬다비가 고급 와인이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장인정신이다. 마크 드비어 로버트 몬다비 와인 디렉터는 “포도를 선별하고 오크통에 옮겨 담는 대부분의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며 “100% 프랑스산 오크만을 사용하는 몬다비는 정교한 숙성 과정을 통해 바닐라처럼 부드러운 타닌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와이너리 투어의 백미는 시음이다. 지하실 가운데로 들어가자 시음을 위한 작은 방이 나타난다.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먼저 맛을 본 와인은 ‘나파밸리 퓌메 블랑’. 소비뇽 블랑 품종으로 만든 이 와인은 몬다비가 프랑스의 ‘푸이 퓌메’라는 지역명을 도입해 이름을 붙였다. 복숭아와 감귤 향이 강하다. 껍질이 얇은 포도로 만드는 ‘피노 누아’는 색깔이 은은하다. 섬세하면서도 생생한 딸기 향이 잘 살아 있는 와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기념 만찬 건배주로 쓰였던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타닌이 강해 상대적으로 떨떠름한 맛이 느껴진다. 좋은 와인에서만 난다는 특유의 민트 향도 살짝 스친다.
올해 핵안보정상회의 만찬 리셉션주로 사용된 ‘나파밸리 샤르도네 리저브’는 너무 달거나 시지 않고 밋밋하지도 않은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렬한 과일 향과 함께 우아한 맛을 내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예술과 와인이 하나로
밖으로 나오자 포도밭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정문 옆의 와이너리 빈야드룸에 저녁식사가 마련됐다. 통유리로 된 한쪽 벽으로 포도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룸 곳곳에는 미술작품들이 걸려 있다. 이곳에선 나파 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6개월에 한 번씩 전시한다. 오는 7월에는 음악회도 연다고 했다. 와인과 예술을 하나로 엮으려는 몬다비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몬다비가 생각한 고급 와인의 마지막 퍼즐이 ‘문화’였던 것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드비어 디렉터는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소비뇽’ 1988년 빈티지를 꺼냈다. 25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와인에선 흙냄새가 났다. 부드러운 향기는 와인을 목으로 넘긴 후에도 입안 가득 남았다. 와인과 송아지 스테이크가 몸을 섞자 부드러움은 배가 됐다.
“로버트 몬다비의 철학은 조화였습니다. 튀지 않고 부드럽기 때문에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리는 게 몬다비 와인의 매력이지요.”
눈에선 와이너리의 풍경이, 입에선 와인의 향이 떠나질 않았다. 나파밸리에서 와인의 추억은 그렇게 영글었다.
여행 팁
와인 3종류 시음에 25弗…곳곳에 美 유명 레스토랑
나파밸리 와이너리들은 방문센터를 운영한다. 시음 비용은 10~30달러.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선 와인 3종류 시음에 25달러를 받는다. 더 고급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땐 추가 비용을 내면 된다. 나파와 세인트헬레나 간을 오가는 와인트레인도 유명하다.
나파는 기류가 안정적이라 열기구를 즐길 수 있다. 한눈에 펼쳐지는 포도밭 풍경이 일품이다. 탑승료는 1인당 180달러.
나파의 식당들도 유명하다. 미국 ‘베스트 10’에 드는 식당도 몇 개 있다. 나파 시내에 있는 ‘러더퍼드 그릴(Rutherford Grill)’ 레스토랑은 오후 6시부터 붐빈다. 부드러운 양고기와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부숑(Bouchon)’ 레스토랑, ‘애드 혹(Ad Hoc)’ 등도 유명하다. 저녁에는 나파 시민들이 재즈를 연주하는 곳도 있다.
나파밸리=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