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만에 원전 없는 '日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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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기 모두 정지…재계 "재가동 늦추면 경제 붕괴"
일본 최대 제약회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골든위크’ 연휴기간에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렸다. 올여름 전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미리 재고를 확보해 놓자는 의도에서다. 오사카 공장과 연구소에는 50억엔(700억원)을 들여 자가 발전기도 설치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절전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우려했던 ‘원전 제로’ 상황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홋카이도전력의 도마리(泊) 원전 3호기는 지난 5일 오후 11시께부터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던 54기의 원자로(폐쇄된 후쿠시마 제1원전 4기 포함)가 모두 멈춰선 것이다. 1970년 2기뿐이던 원자로가 동시에 정기점검에 들어간 이후 42년 만에 처음 맞는 ‘원전 제로’ 상황이다. 작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54기 중 37기가 가동 중이었다. 전체 전력 공급량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달했다.
원전의 전면적인 가동 중단으로 일본 전역은 올 여름철 내내 전력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간사이(關西) 지방은 예년에 비해 15% 정도 전력이 모자랄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일본제철은 여름철 조업시간을 전력 수요가 적은 야간으로 바꾸기로 결정했고, 유통업체인 다이에 등 상당수 기업들은 근무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자체 서머타임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최근 절전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로부터 한 달에 1000엔씩 세금을 걷어 절전에 협력한 기업에 장려금을 준다는 발상이다.
재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 회장은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