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비리’의 불똥이 튀지 않을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008년 말 포스코 회장 선임 때 개입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된 가운데 박 전 차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제이엔테크의 이동조 회장이 포스코와 거래하며 매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의혹들이 부풀려지면서 기업 이미지와 해외 사업까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답답해했다.

2000년 설립된 제이엔테크는 포스코 계열사의 건물용 기계장비 설치와 정비공사를 주로 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과 2007년 매출은 25억원과 27억원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포스코건설 협력사로 등록된 뒤 그해 매출이 1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09년엔 69억원으로 줄었다가 2010년 226억원, 2011년 1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이엔테크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친환경 슬래그 파쇄처리설비(BSSF)’와 관련이 있다는 게 포스코 측 주장이다. BSSF는 철강재를 만드는 용광로에서 부산물을 처리하는 설비로 중국 철강업체 A사가 기술특허를 갖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A사에 수년간 공을 들이고도 실패했는데 이 회장이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국내 독점 판매권과 동남아 공동 판매권을 따왔다”며 “이 설비 공급분만큼 2010년과 2011년 제이엔테크 매출이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기능직 출신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사업수완을 지닌 인물로, 중국의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BSSF의 독점 판매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이 2008년 말 포스코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포스코 측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포스코는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회장 후보자를 뽑고 주주총회에서 승인한다.

당시 추천위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비롯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현 서울시장),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손욱 농심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상용 연세대 교수 등 8명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선임된 인사들로 ‘정황상’ 이명박 정부의 외압이 통할 만한 인물들이 아니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보 추천위가 4차례의 회의와 3번의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한 것을 보면 사전 내정설은 설득력이 없다”며 “추천위 인사들의 면면만 봐도 누가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구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