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화물터미널은 '블랙홀'…손 댄 사람마다 몰락
인·허가를 둘러싼 정권 실세 로비 의혹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이곳에 손을 댔던 업체들은 대부분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황무지였던 이곳을 처음 개발한 업체는 진로였다. 한국트럭터미널의 모회사였던 진로는 1987년 반포 고속터미널 자리에 있었던 트럭터미널을 양재동으로 이전하기 위해 이 부지를 사들여 화물터미널을 신축했다. 이후 진로는 유통 건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중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무너졌다.

부동산개발업체인 (주)경부종합유통은 법원경매에 넘어간 이 땅을 2004년에 매입했다. 이 회사 역시 땅값을 완불하지 못해 파이시티에 땅을 넘긴다. 파이시티는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개발자금과 시공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어쩔 수 없이 중견 건설사인 대우자판건설부문과 성우종합건설에 시공을 맡겼다.

하지만 당초 2007년까지 2년이면 끝난다던 인·허가가 2009년 11월까지 늘어지면서, 결국 이들 업체는 개발자금 지급보증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10년 나란히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파이시티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대출 원리금을 이기지 못해 작년 1월 법정관리(기업말萱喙�)에 빠졌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에 손댔던 이들의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이시티의 법정관리인 김광준 씨는 최근 출근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에 자금을 끌어다 댄 우리은행 팀장 2명은 대출과정에서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새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 역시 정권 실세 ‘영포라인’과 유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모기업인 포스코까지 번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양재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화물터미널의 대규모 땅이 15년 이상 많은 우환을 남기면서 개발은 안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마(魔)가 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땅은 여자, 지주는 남자로 비유되는데, 이들 간 ‘음양조화’가 잘 이뤄져야 큰 문제가 없다”며 “미인이 사람을 가리듯 명당일수록 주인을 가리기 때문에 주인과 땅, 신축될 건물 등이 조화로워야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