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구간에 진입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최대한 밟았다. 속도계의 바늘이 순식간에 150㎞를 지나 200㎞를 넘어섰다. 스피드를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는데 U자 커브가 나타났다. 코너 진입 직전 브레이크를 밟으니 속도가 80㎞로 떨어지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다. 코너 중간을 지날 무렵 다시 속도를 올리며 야생마처럼 질주를 이어갔다.

카레이싱의 드라이빙 기술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 안산의 안산스피드웨이를 찾았다. 근로자의 날을 맞아 카레이싱 동호인들이 끌고 나온 차량이 2.9㎞의 서킷 위에서 굉음을 내며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카레이싱의 기본기를 가르쳐주기 위해 장순호 레이서트레이닝아카데미 대표가 1일강사로 나섰다. 장 대표는 국내 최고 카레이싱 대회인 슈퍼레이스에서 제네시스쿠페클래스(3800㏄급)의 2010년 시즌 챔피언을 지낸 대표 선수 출신이다.

서킷을 달릴 차량은 레이싱에 적합하게 튜닝돼 있었다. 좌석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아주 낮았고, 좌우의 격한 움직임에도 흔들리지 않게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특수제작된 레이싱용 안전벨트는 양쪽 어깨와 허리 부근의 네 방향에서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장 대표는 “카레이싱 드라이빙의 핵심은 코너를 안전하고도 빠르게 돌아 나가는 것”이라며 “15m에 이르는 서킷의 폭을 최대한 활용해 코너를 직선에 가깝게 통과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기술이 ‘아웃-인-아웃’이다. 코너에 진입할 때는 도로의 바깥쪽에서 핸들을 꺾어 코너에 최대한 붙인 다음 빠져나갈 땐 다시 커브의 바깥쪽으로 운전하는 방법이다.

‘슬로 인-패스트 아웃’도 중요하다. 커브에 진입할 땐 차량을 충분히 조작할 수 있도록 속도를 떨어뜨린 뒤 코너를 찍고 빠져나갈 땐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가속하는 것이다.

“한계속도까지 충분히 떨어뜨리지 않은 채 고속으로 커브에 진입하면 서킷 위에서 차량이 빙글빙글 도는 스핀이 발생할 수 있어요.”

장 대표가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탔더니 직선구간에서 시속 240㎞까지 달렸다. 320도 급커브에서도 시속 60~140㎞를 오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갖고 운전석에 앉았다. 안전벨트가 온몸을 조여왔다. 조심스레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서킷에 들어섰다. 180도 급커브에선 차량이 이탈할까봐 손에 땀이 났다. 장 대표의 코치에 따라 시선을 멀리 두고 서너 바퀴를 달리다보니 어느새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시속 60㎞의 속도로 커브를 빠져나가고 직선구간에서도 강한 엔진 소리를 들으며 180㎞까지 달렸다.

카레이싱을 배우고 싶다면 레이싱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찾아보자. 아마추어 카레이싱 선수나 레이서 지망생들에게 안산스피드웨이,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태백레이싱파크 등 전국의 주요 서킷에서 레이싱 선수 출신 강사들이 1 대 1로 코스 공략법 등을 가르쳐준다. 강습료는 1일 35만원. 070-8117-8982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드라이빙스쿨 프로그램도 있다. 초·중·고급 3단계로 나눠 안전운전의 기본부터 레이싱 드라이빙의 기초까지 가르쳐준다. 세 번 정도 강습을 받으면 서킷을 혼자 탈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가야 한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다면 자동차 동호회 등에 가입해 단체로 서킷을 이용할 수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 열리는 ‘트랙데이’에 단체로 신청하면 서킷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낼 수 있다.

안산=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