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에서 불거진 선거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가 곳곳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야권단일화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이정희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이은 광범위한 부정선거 파문으로 진보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광범위한 부정선거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 겸 공동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 결과 비례대표 후보 선거가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고 규정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투표함을 여는 행위와 같은 부정, 기표 오류, 데이터를 수정하는 등의 온라인 투표 결과도 신뢰성을 잃었다”며 “기술적인 것을 넘어선 심각한 부실선거”라고 했다. 이어 “이번 비례대표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며 책임소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당기위원회 회부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다수의 현장 투표소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조 위원장은 “투표 마감시간 이후에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도 돼 있지 않은, 적지 않은 수의 현장투표가 집계됐다”며 “동일인의 필체로 보이는 투표용지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200여곳 가운데 3분의 1의 투표소를 추출해 조사한 결과 선거인 명부보다 투표자 숫자가 많은 사례가 있었고, 투표용지가 한 장씩 분리되지 않고 한꺼번에 몇 장이 들어가 있거나 투표 관리자의 직인이나 서명이 없는 투표용지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투표의 부정도 확인됐다. 조 위원장은 “(당 사무총국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친 (온라인) 프로그램의 수정은 투표함을 여는 행위와 같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동일 IP에서 집단적으로 투표가 이뤄져 대리투표로 볼 수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트위터(@patriamea)를 통해 “진보당 비례대표후보 선거부정 소식을 들으니, 일부의 의식과 행태가 ‘현대화’ 이전에 ‘근대화’가 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당권 갈등 후폭풍

윤금순 당선자가 온라인 투표에서는 4917표로 5212표를 얻은 옛 국민참여당 계열(비당권파) 오옥만 후보에게 뒤졌지만 현장투표에서 520 대 71로 앞서면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았다. 부정선거 사례가 드러난 만큼 ‘비례대표 사퇴론’ 등 당내 후폭풍이 거세다.

사태 수습을 위해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가 사퇴하는 방안과 공동대표단의 일괄사퇴 소리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부정투표로 순번이 뒤바뀐 비례대표 1·2·3번(윤금순·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칫 당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도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