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복지유혹 못 떨치는 프랑스 대선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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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유력 후보 긴축재정 회피
유럽위기 타개에 어두운 그림자
경쟁력 없는 성장은 미봉책 불과
고상두 < 연세대 교수·지역학 >
유럽위기 타개에 어두운 그림자
경쟁력 없는 성장은 미봉책 불과
고상두 < 연세대 교수·지역학 >
지난해 유로존의 국가부채 총액이 8조유로에 달했다. 전시를 제외하면 최고 액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위기의 처방책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제안하고 회원국의 예산운영권에 제약을 가하는 신(新)재정협약을 관철했다. 이 협약에 따라 회원국은 국가 재정건전성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고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0.5%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유럽연합은 경고를 주고, 유럽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신재정협약은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 회원국에 의해 서명됐고 비준 중에 있다.
외교정책은 타국의 국내정치다. 메르켈의 유럽위기 처방이 프랑스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독일 마음대로 유럽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성장을 통한 부채감축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독일이 요구하는 재정긴축이 경기회복을 저해한다고 본다.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은 빚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경기 침체기인 지금 국가 부채를 늘려서라도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신재정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올랑드는 오는 6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유럽회원국 정상에게 서신을 발송하고, 첫 해외 방문지로 베를린에 가서 프랑스 국민의 선택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올랑드 후보와 메르켈 총리가 국가부채 감축이 필요하다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서로 이견(異見)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식물의 싹을 억지로 잡아당겨 성장을 촉진해서는 안 되듯이, 국가부채로 경제성장을 펌프질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식물의 생장력을 왕성하게 해주듯이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사실 독일은 지난 10년간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고 기업의 조세부담을 줄이는 등 구조적 노력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킨 결과, 통일 이후 최고의 호황과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프랑스는 조세와 복지비용에서 유럽 최고 수준이다. 유로화 도입 이후 환율정책 수단마저 사라져 경쟁력이 더욱 약화돼 작년에는 700억유로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랑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정적자 감축정책을 중단하고, 62세로 높아진 연금개시 연령을 다시 60세로 내리려고 한다. 대통령 후보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고통스러운 길을 제시하지 않고, 유권자의 심리치료에 더 열심이다. 로마의 키케로는 절약이 가장 큰 수입이라고 말했다. 독일인은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하지만, 프랑스인은 사치와 호화로움을 삶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유권자에게 절약과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부자증세를 제안하고 있다.
올랑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메르켈 총리와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또한 그의 당선은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이웃나라들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이미 네덜란드에서는 재정긴축을 둘러싼 갈등으로 연정이 붕괴됐다. 그동안 ‘독일·프랑스 협력’이라는 2기통 엔진에 의해 유럽통합을 추진해왔던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서 프랑스의 협력을 계속 확보하려면 약간의 양보는 불가피할 것이다.
프랑스 대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국가경제 정책의 궁극적 과제는 경쟁력 강화에 있다는 것이다. 공공투자를 통해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환율조정을 통해 수출을 늘릴 수 있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출상품이 없으면 별 소용이 없다. 이처럼 재정정책과 환율정책으로 성장을 유발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성장의 힘은 경쟁력에서 나온다. 우리도 독일이 기업경쟁력협약을 체결해 오랜 기간 노력한 것처럼 무분별한 임금, 복지, 국가부채의 상승을 제한하고 국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고상두 < 연세대 교수·지역학 stko@yonsei.ac.kr >
외교정책은 타국의 국내정치다. 메르켈의 유럽위기 처방이 프랑스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독일 마음대로 유럽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성장을 통한 부채감축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독일이 요구하는 재정긴축이 경기회복을 저해한다고 본다.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은 빚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경기 침체기인 지금 국가 부채를 늘려서라도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신재정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올랑드는 오는 6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유럽회원국 정상에게 서신을 발송하고, 첫 해외 방문지로 베를린에 가서 프랑스 국민의 선택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올랑드 후보와 메르켈 총리가 국가부채 감축이 필요하다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서로 이견(異見)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식물의 싹을 억지로 잡아당겨 성장을 촉진해서는 안 되듯이, 국가부채로 경제성장을 펌프질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식물의 생장력을 왕성하게 해주듯이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사실 독일은 지난 10년간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고 기업의 조세부담을 줄이는 등 구조적 노력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킨 결과, 통일 이후 최고의 호황과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프랑스는 조세와 복지비용에서 유럽 최고 수준이다. 유로화 도입 이후 환율정책 수단마저 사라져 경쟁력이 더욱 약화돼 작년에는 700억유로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랑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정적자 감축정책을 중단하고, 62세로 높아진 연금개시 연령을 다시 60세로 내리려고 한다. 대통령 후보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고통스러운 길을 제시하지 않고, 유권자의 심리치료에 더 열심이다. 로마의 키케로는 절약이 가장 큰 수입이라고 말했다. 독일인은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하지만, 프랑스인은 사치와 호화로움을 삶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유권자에게 절약과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부자증세를 제안하고 있다.
올랑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메르켈 총리와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또한 그의 당선은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이웃나라들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이미 네덜란드에서는 재정긴축을 둘러싼 갈등으로 연정이 붕괴됐다. 그동안 ‘독일·프랑스 협력’이라는 2기통 엔진에 의해 유럽통합을 추진해왔던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서 프랑스의 협력을 계속 확보하려면 약간의 양보는 불가피할 것이다.
프랑스 대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국가경제 정책의 궁극적 과제는 경쟁력 강화에 있다는 것이다. 공공투자를 통해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환율조정을 통해 수출을 늘릴 수 있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출상품이 없으면 별 소용이 없다. 이처럼 재정정책과 환율정책으로 성장을 유발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성장의 힘은 경쟁력에서 나온다. 우리도 독일이 기업경쟁력협약을 체결해 오랜 기간 노력한 것처럼 무분별한 임금, 복지, 국가부채의 상승을 제한하고 국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고상두 < 연세대 교수·지역학 stko@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