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폴의 설전’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미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론 폴 하원의원이 통화정책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에 나란히 출연해 미 중앙은행(Fed)의 역할을 주제로 설전을 펼쳤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높은 실업률을 낮추려면 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Fed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먼저 공격했다. 경제회복을 촉진하고 고용을 늘리려면 3~4%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실패로 8%에 달하는 실업률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며 “우리는 낮은 수준의 대공황을 겪고 있다”고 Fed와 공화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반면 론 폴 의원은 “인플레이션은 도둑질이나 마찬가지” 라며 “인플레이션은 저축하는 사람들로부터 부를 훔치는 행위”라고 맞받았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인 저축을 망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폴 의원은 ‘Fed의 종식(End the Fed)’ 이란 책을 쓴 적이 있으며 정부 개입과 Fed의 통화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크루그먼 교수는 “Fed의 통화정책을 폐지하고 금 본위제로 돌아가자”는 폴 의원의 주장에 대해 “Fed로부터 통화정책을 뺏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라며 “당신은 150년 전 세상에 살고 있냐”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벤 버냉키 FRB 의장이 프린스턴대 교수 시절 양적 완화정책을 지지했던 것과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Fed를 잇따라 압박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