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재동 복합물류센터(파이시티)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업무에 관심이 쏠린다. 파이시티 시설용도 변경 및 인허가 과정에서 ‘정무라인’이 도시계획국 간부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최시중-박영준’ 수사에서 대검 중수부는 시 전직 간부들을 소환 조사했다. 두 사람의 외압이나 로비 의혹 조사 외에 도시계획국 간부들 가운데 일부가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도시계획국이 비리의혹에 연루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엔 청계천 인근 재개발 때도 고도제한을 재조정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06년엔 H사 사옥 증축 인허가와 관련해 도시계획국 간부인 박모씨가 검찰 조사를 받다가 투신자살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북한산 콘도 인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도시계획국 공무원들의 탈법 및 비리가 시의 자체감사로 밝혀졌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이처럼 인허가 관련 비리의혹에 자주 연루되는 이유가 뭘까.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건물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부서이다보니 업체 등으로부터 로비 유혹을 자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시계획국 중에서도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용도지역·지구를 결정하는 도시계획과와 도시계획시설 재정비계획 등을 수립하는 시설계획과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번 파이시티 특혜로비 과정에서도 담당부서인 시설계획과와 주무과인 도시계획과 간부들이 검찰과 시 자체 조사를 받았다.

도시계획국에 근무 경험이 있는 시 관계자는 “사업 승인 절차가 진행될 무렵엔 해당 업체 관계자들이 과장 및 실무팀장과 담당자들을 수시로 찾아온다”며 “이들과 식사나 술자리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털어놨다. 사업 담당 공무원들이 업체 관계자들과 부적절한 만남을 갖게 되는 때도 많다는 얘기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도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던 2008년에 도시계획국장과 시설계획과장을 수시로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계획국 공무원들은 퇴직 후 관련 업체에 이직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은 업체로 옮겨 이전 직장인 서울시와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업체가 시로부터 제때 사업 승인을 못 받으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돈이 왔다갔다 한다”며 “전직 시 직원들을 활용하게 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시 도시계획국 간부를 지내고 K사 임원으로 이직한 L씨가 시로부터 사업허가를 얻는 과정에서 시 공무원들과 자주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찰 부서에서 조사한 적 있다. 감사실에는 이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몇 년 전 D사 부사장으로 이직한 S씨도 최근 이전 동료들과 자주 어울린다는 지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계획국에선 과장급 이상 간부뿐 아니라 실무 직원들도 건설업체 등으로 이직을 많이 한다. 퇴직 후 2년 이상 관련 업체 이직을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간부들에게만 적용된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4급 이하 직원들의 업체 이직은 현행법상 문제될 게 없다”며 “이들의 이직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