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마흔 넘어서야 발레 즐기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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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카멜리아 레이디' 무대 다시 서는 강수진 씨
6월15일 세종문화회관
은퇴 생각 전혀 없어…부상 이후 몸에 집중
6월15일 세종문화회관
은퇴 생각 전혀 없어…부상 이후 몸에 집중
“10대 때는 좋아서 했고, 20대 때는 무조건 열심히 했고, 30대 때는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춤을 췄죠. 40대가 된 지금은 비로소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수천, 수만번을 넘어지면서도 웃으며 일어난 프리마 발레리나에게 신은 영원한 전성기를 선물한 걸까. 마흔을 훌쩍 넘긴 발레리나 강수진 씨(45)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한 여자”라고 했다. 요즘도 매일 아침 6시 반에 직접 개발한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직 은퇴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내달 15일부터 사흘간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3회 모두 주역이다. 이 작품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2002년 공연 후 10년 만이며, 전막 발레 내한공연은 2008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4년 만이다.
‘오네긴’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강씨를 대표하는 3대 드라마 발레로 꼽히는 ‘카멜리아 레이디’는 그에게 동양인 최초로 최고의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2002년 내한공연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벅차고 설레지만 그때보다 지금 더 풍성해진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많은 경험을 했고, 더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그것들이 몸에 녹아 감정을 표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평소 시원시원하고 긍정적인 성격과 다르게 강씨의 춤은 슬픈 연기가 돋보이는 드라마 발레에서 화려한 빛을 발한다. 그는 “클래식 발레와는 다르게 드라마 발레를 준비할 때는 책을 많이 읽고 역할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동작의 모든 의미를 생각하고 평소에도 그 캐릭터에 푹 빠져 지낸다”고 말했다.
존 노마이어 안무의 ‘카멜리아 레이디’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인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카멜리아(동백꽃)를 너무 사랑해 숭배자들로부터 많은 동백꽃을 받은 코르티잔(부유층의 공개애인)과 순수한 귀족 청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강씨의 오늘이 어제보다 더 나은 것은 피나는 자기관리 덕이다. 토슈즈에 생고기를 집어넣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연습하던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그는 요즘도 매일 새롭게 달라지는 몸을 느낀다. 부상 이후 더 몸에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고 주역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이 간 왼쪽 정강이뼈를 오랜 시간 방치해 결국 15개월을 쉬어야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주역 무용수 마레인 라데마케르와 호흡을 맞춘다. 이들에게 ‘카멜리아 레이디’는 특별하다. 2006년 강수진과 마레인이 함께한 이 공연에서 라데마케르는 공연 직후 바로 주역 무용수로 승격되는 영광을 안았다.
“10년 전보다 더 풍성해진 감정으로 무대에서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 머리로 춤을 췄다면 지금은 자유로워진 영혼의 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오는 6월15~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25만원. (02)1577-5266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