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선종구 전(前) 하이마트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에 왜 반대표를 던졌을까. 또, 유 회장은 직접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화상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한 걸까.
지난 25일 하이마트 이사회의 표결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6명의 하이마트 이사(사외이사 4명 포함) 중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는 유 회장과 유 회장측으로 분류되는 사외이사 3명 등 총 4명이다. 선 전 회장 해임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찬성 3표와 반대 1표. 하이마트 관계자는 “반대표를 던진 이사는 유경선 회장 본인”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이사회 개최 전 대표이사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선 전 회장과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또 검찰 수사 후 유 회장과 선 전 회장간 악감정이 더 깊어졌다는 측근들의 진술을 들어봐도 이날 표결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작년말 유경선, 선종구, HI컨소시엄 등 주주들이 체결한 합의서 내용에 하이마트 매각전 각자대표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유 회장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소송사유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합의서를 어긴 주주는 다른 주주들에게 최소 수백억원을 물어줘야하는 내용이 합의서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 회장측 사외이사들이 해임안에 찬성한 것은 하이마트 소액주주들이 개별 이사들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기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선 전 회장과 선 전 회장측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계속 남아있었더라면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유 회장이 이사회에 불참해 의결 정족수를 총족하지 못한 것으로 오판, 회의 시작 직후 자리를 떴다. 이 직후 유 회장은 아이패드를 통한 화상회의로 표결에 참석했었다.
6명의 하이마트 이사들이 모두 참석했다면 유 회장측 사외이사 3명이 찬성표를 던져도, 유 회장의 반대표때문에 찬성과 반대표가 3대3 동수가 된다. ‘이사 과반 참석, 참석이사 과반 찬성’이라는 의결 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결과다.
유 회장측이 이 모든 시나리오를 사전 치밀하게 계산해 ‘화상회의’라는 묘수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회상회의를 선 전 회장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일각에서는 선 전 회장이 억울함때문에 유 회장을 상대로 법적 소송(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유 회장이 하이마트 매각 대상 지분에서 선 전 회장 지분을 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주주간 법률 소송이 벌어질 경우 하이마트 매각이 상당기간 중단될 수 있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매각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 회장은 그룹 자금사정, 선 전 회장은 추징금때문에 하이마트 매각대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