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늘리기 급급, 품질검사 눈 감아…정부 신뢰에 흠집
정부의 대표적 유가 대책인 알뜰주유소에서 가짜 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돼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늘리기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 등이 정유사에서 대량으로 공동 구매한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받아 일반 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말한다.

이번에 적발된 풍전주유소는 ℓ당 2008원으로 순천시내 3곳의 알뜰주유소 중에서도 가장 싼 가격에 보통휘발유를 판매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경 2㎞ 내 정유사 폴을 단 다른 10개 주유소와 비교하면 ℓ당 최대 80원까지 싸게 팔고 있다. 풍전주유소는 현대오일뱅크 폴을 달고 운영해오다 지난 2월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다.

가짜 석유 판정이 났지만 지방자치단체 통보와 주유소의 소명 과정을 거쳐야 행정 처분에 들어갈 수 있다. 통상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리는 이 기간에 주유소는 계속 영업을 한다.

이번 사건으로 알뜰주유소 확대를 적극 추진해온 정부는 품질관리 부실로 가짜 석유 판매를 방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알뜰주유소 가입 요건에 있던 품질보증 프로그램 가입 의무화 조건을 빼고 개별 주유소 선택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품질보증 프로그램은 매월 1회 불시 품질 검사를 벌이는 대신 품질인증 마크를 부여받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질보다 양’을 내세운 정부의 관리 소홀과 주유소 간 무리한 가격 경쟁이 알뜰주유소마저 가짜 석유 판매의 덫에 걸리게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유통 마진을 통제해 수익이 나지 않으니 불법 판매에 대한 유혹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마저 신뢰를 주지 못하면 관련 사업자들의 경영난은 물론 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정현/정성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