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과 엔고(高) 저지를 위해 시중에 5조엔을 더 풀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금융완화 정책이다.

일본은행은 27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국채 매입기금 규모를 현행 총 65조엔에서 70조엔으로 5조엔 더 증액했다. 일본은행이 일반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매입하면 그만큼의 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유동성을 늘려 내수경기를 살리고,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다. 제로(연 0~0.1%) 수준인 기준금리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만기가 긴 국채를 중심으로 채권 매입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채 매입기금 가운데 장기 국채에 할당된 금액을 19조엔에서 29조엔으로 10조엔 늘렸다. 매입 대상 국채도 ‘잔존 만기 2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확대했다. 대신 6개월 만기 고정금리 대출 규모는 15조엔에서 10조엔으로 5조엔 줄였다.

일본은행은 작년부터 국채 매입기금 규모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대지진 직후 5조엔을 증액했고, 작년 8월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10조엔을 늘렸다. 올 들어서도 2월 물가상승률을 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10조엔 증액을 결정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경기 부양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엔화 가치는 달러당 81엔 선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오전까지 소폭 상승하던 닛케이평균주가는 오히려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가와 환율에 선반영된 측면이 강한 데다 시장의 기대보다는 양적완화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최대 10조엔까지 국채 매입기금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기치가와 마사유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일본은행은 앞으로 최소 2년간 경기부양책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