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체들이 당초 우려대로 지난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속속 꺼내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만큼 올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낮춰야 한다는 게 증권업계 진단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263억11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 늘었다고 전날 공시했다. 총매출액은 1조10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063억3500만원으로 4.6% 감소했다. 기준점 기준 동일 점포 성장률은 가이던스(3%)보다 낮은 1%를 기록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7% 밑돌았다"며 "예상하지 못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해도 예상치를 5% 가량 하회하는 것으로 지난해 높은 동일점 성장률 베이스 효과를 감안해도 다소 부진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 촉매제는 부족한데 소비경기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최근 주가는 저평가 매력이 있지만 당분간 신규점 부담이 있어 바닥권에서 박스권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했다.

GS홈쇼핑도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놨다. GS홈쇼핑은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75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고 전날 공시했다. 매출은 2642억9000만원으로 23.1%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244억8200만원을 기록해 84.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경쟁 홈쇼핑 업체들의 취급고 성장률은 1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GS홈쇼핑은 20%를 웃도는 매우 좋은 취급고 성장률을 나타냈다"며 "다만 성장을 위해 마진을 양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홍성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현대홈쇼핑의 경우 1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부합했지만 비용 부담으로 이익 증가율과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며 "구조적 방송송출 수수료 부담 문제, 수익성 둔화 흐름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박스권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하다"고 추천했다.

내달 15일경 발표될 롯데쇼핑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낮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1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는 5조9630억원, 영업이익은 4509억원에 형성돼 있다.

홍 연구원은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업황 위축으로 이익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해외사업의 손실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높게 형성돼 있는 롯데쇼핑의 1분기 컨센서스는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분기에도 유통 업체들의 실적 모멘텀(상승 동력)이 부각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4월까지 지난해 높은 베이스에 의해 성장률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신규 출점과 리뉴얼 완료 효과와 함께 성장률이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경우 2, 4째주 일요일 휴업은 전국적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규제리스크가 2분기 어닝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대형마트보다 실적개선 기대감이 상존하는 백화점 투자를 주목하는게 좋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