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낮아진 눈높이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았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며 2분기 실적 개선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적자가 2599억81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5% 줄어든 2조3883억8900만원, 당기순손실은 2712억2300만원으로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적자 컨센서스(추정 평균치)는 1729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측은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원인은 격려금 등 일회성 비용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 직후 임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했고, 그 규모는 800~9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측의 설명처럼 격려금 등 일회성 비용이 영업손실 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 규모는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다소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계절적 비수기에 따라 수요 부진과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한 것이 수익성 악화와 연결됐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보다 각각 10%, 16%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러나 1閨�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음에도 향후 실적 개선 추세에 대한 전망은 변함이 없다는 게 SK하이닉스와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D램 반도체의 수급 안정화에 따른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펀더멘털(기업 내재가치)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총괄 부사장은 "2분기 D램 시장은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공급 증가율 감소를 기대된다"며 "또 인텔의 새로운 CPU 출시와 울트라북 판매 본격화, 신규 운영체제(OS) 등장 등으로 PC와 모바일 쪽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엘피다 이슈 이후로 D램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계절적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낸드 플래시 가격의 안정세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김 부사장은 "2분기 D램 시장은 1분기의 PC용 D램 가격 회복세가 PC외 제품으로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시장은 모바일과 융복합 제품 위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반면, 엘피다 인수와 관련된 부분은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 측은 "일본 엘피다 입찰에 참여해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엘피다 인수 시에는 모바일 기술적 부분에서 시너지(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자회사인 넥스칩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무리하지 않는 수준 내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게 SK하이닉스 측의 입장이다. 회사 측은 "현재 보유 중인 자금은 3조4000억원 정도"라며 "보유한 자금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지가 가능한 수준에서만 투자할 것"이라고 선택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내비쳤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 2차 입찰 마감이 일주일 더 연기된 상태에서 섣부른 예측을 하기는 어려워졌다"며 "SK하이닉스는 반드시 '한다 안한다'는 중 한 입장을 고수하기보다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