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개혁이 MB정부 출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경련이 기업 실무부서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규제개혁 체감도는 96.5점으로 5년째로 접어든 MB정부 들어 처음으로 기준치(100점)를 밑돌았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2008년)에 대한 평가인 78.9점에 점차 접근해 가는 중이다. 기업 실무자들이 이 정부에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놀랄 것이 없는 결과다. 정부가 국정 운영 원칙으로 이른바 공정사회론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규제개혁은 종언을 예고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2010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등장했던 공정사회론이 2011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론으로 변화하는 것에 맞춰 반시장·반기업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익을 나눠 가지라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고, 추가감세 정책은 폐기됐으며, 정유업체와 백화점은 정부 압력으로 기름값과 입점업체 수수료를 내려야 했다. 기업 빵집은 문을 닫고 대형 슈퍼마켓도 영업을 강제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정부 해당 부처의 허가와 행정지도를 받아 책정하는 라면과 소주 가격, 전화요금, 보험상품 금리에까지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정도로 공권력이 무차별적으로 행사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 실무자들이 한 목소리로 공무원의 마인드 및 태도를 규제개혁 체감도가 가장 떨어지는 항목으로 지목한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규제개혁 체감도가 2010년을 정점(116점)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공정사회 구호가 난무할수록 규제는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MB정부가 당초 출범할 때 기치로 내걸었던 규제개혁은 온데간데 없다. 완장을 찬 공무원들만 설쳐대는 상황이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우회전 깜빡이를 켜며 급좌회전으로 치달아 왔던 게 지난 2년여다. 교통이 엉켜들어도 꿈쩍도 않는다.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휘둘러 민간을 굴복시키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시킨다. 좌회전 신호를 보내면서 우회전을 하곤 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이 차라리 낫다는 한숨만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