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 일본 증시로 몰리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과 대지진 복구 수요 등으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외국인의 증시 투자자금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한·일 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패턴은 대부분 동일했다. ‘아시아 주식’이라는 한 묶음으로 취급됐기 때문. 한국 주식을 팔 때는 일본 주식도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최근 들어 이런 패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올 1월부터 넉 달째 순매수 행진을 지속 중이다. 일본 주가가 조정을 받기 시작한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들의 매수주문은 이어져 20일까지 순매수 금액이 2409억엔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섰다. 주가 상승률 격차도 벌어졌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올 들어 13%가량 상승했다. 한국(8%)에 비해 오름세가 가파르다.

외국인들을 일본 증시로 끌어들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80엔대로 낮아지면서 수출기업들의 숨통이 트였다. 다카마쓰 이치로(高松一郞) 베이뷰애셋매니지먼트 운용부장은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이익 증가폭이 커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올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기업은 모두 28곳. 이 중 86%에 해당하는 24개 기업이 작년에 비해 경상이익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조만간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금융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다. 이이 데쓰로(伊井哲郞) 일본 커먼스투신 사장은 “한국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융완화책을 내놓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 한국 주식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증시의 거래 규모가 한국보다 크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카자와 야스야(岡澤恭彌) BNP파리바 총괄본부장은 “시장의 리스크가 높을 때는 언제든지 팔고 떠날 수 있는 증시를 선호하기 마련”이라며 “삼성전자 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17%에 달하는 한국 증시는 유동성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