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한국조각전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박헌열 서울시립대 교수(57·사진)는 “조각품은 무게와 부피 때문에 해외 전시를 갖기 어려운데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적인 이벤트를 주도하는 한국 조각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조각들은 손재주 많은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개념과 스케일로 무장한 해외 작품들과 달리 재료의 물성을 중시하는 감성적인 작품들이 많아요.”

그는 “조각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한국 조각을 선보이며 미술 한류를 이끌고 싶다”며 “한국 조각은 돌이나 브론즈를 선호하는 이탈리아 작가들과 달리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홍보만 잘 하면 충분히 세계 시장에 파고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조각가들은 돌, 숯, 철, 나무와 같은 전통적인 재료 외에도 PVC 파이프, 종이,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비닐, 레진, 철사, 영상, 빛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를 자유롭게 활용해 국제 경쟁력에서 유리하다는 얘기다.

“백남준 이후 한국 현대조각이 국제 화단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있어요. 젊은 작가 몇몇이 해외 미술계에서 팡팡 튀고 있지만 국내에선 공공조형물을 납품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입니다. 조각가들이 더 연구하고 뭉쳐야 합니다. 혼자서 가기보다 함께 가면 한국 조각의 파워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전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신바람이 납니다.” 그는 “이탈리아 전시를 성공리에 마치면 파리, 뉴욕,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로 전시 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