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부동산 시장 침체…일본식 버블 붕괴 VS 한국상황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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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침체'우려
가계부채 작년말 912조원…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비
부동산 처분 나서면 '충격'
버블붕괴는 없다
한국 주택담보대출 비중 낮아…전세제도· DTI 규제 '안전판'
수요 회복엔 시간 걸릴 듯
가계부채 작년말 912조원…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비
부동산 처분 나서면 '충격'
버블붕괴는 없다
한국 주택담보대출 비중 낮아…전세제도· DTI 규제 '안전판'
수요 회복엔 시간 걸릴 듯
A씨(65)는 2005년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김포 사우동의 전용 165㎡짜리 아파트를 4억원에 매입했다. 한때 4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이 아파트는 요즘 3억원에도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 은퇴 후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얼마 전 2억8000만원을 받고 겨우 처분할 수 있었다. 물가상승이나 대출이자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실을 입은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식 버블 붕괴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령화시대 진입, 인구감소, 베이비부머 은퇴, 저성장 등의 상황이 10여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가계부채 급증…살얼음판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출자들이 상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보유 주택 등 실물자산을 대거 처분하면 일본에서 겪은 버블 붕괴 충격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부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부채 잔액(가계신용 기준)은 9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부채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46.4%로 2003년(33.2%)보다 13.2%포인트 늘었다.
가계부채 급증은 2005~2007년 부동산가격 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아파트 등을 구입한 사람들이 급증한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이나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수도권의 공급 대기 물량이 많다는 점도 하락요인으로 꼽힌다. 2기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의 분양·입주가 이어지고 있고 도심 재건축·재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분양시장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도시개발사업 물량도 수도권 도처에 널려 있다.
◆거품 붕괴된 일본·미국 전철 밟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부동산거품이 꺼진 일본이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휘청거린 미국의 상황이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장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버블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다르다는 게 근거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집값의 100% 이상을 대출해주는 사례가 많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비율(LTV)을 적용해 집값의 60~70% 이상을 대출해주지 않았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적용되면서 담보대출 규모는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가계부채 규모가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 제도라는 한국의 고유한 임차시장 구조가 버블 붕괴를 막는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월세 구조인 미국, 일본에서는 주택 구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리는 구입 자금 규모가 큰 반면 우리나라는 집값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가 전세제도”라며 “월세 전환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전세제도가 존재하는 한 버블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일본처럼 월세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다고 지적한다. 월세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경우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거시경제 회복이 관건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령화가 진전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은퇴세대가 집중적으로 몰려있지 않아서다. 1970~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끈 베이비부머, 즉 ‘단카이세대’들은 1947~1949년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은퇴 시기 주택 등을 처분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컸지만,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넓게 분포돼 있다.
일본 미국과 같은 버블 붕괴 가능성이 낮지만, 부동산시장이 1~2년 내 회복될지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도권 등의 주택공급 부족이 장기간 지속되면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2005~2008년에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한 중산층이 이자에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만큼 당장 수요가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김선덕 소장은 “정부 정책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만 독자적으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며서 “거시경제 전반의 여건이 활황 국면으로 접어든 뒤 6개월 정도는 지나야 부동산시장에 본격적인 온기가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식 버블 붕괴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령화시대 진입, 인구감소, 베이비부머 은퇴, 저성장 등의 상황이 10여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가계부채 급증…살얼음판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출자들이 상환 압력을 이기지 못해 보유 주택 등 실물자산을 대거 처분하면 일본에서 겪은 버블 붕괴 충격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부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부채 잔액(가계신용 기준)은 9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부채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46.4%로 2003년(33.2%)보다 13.2%포인트 늘었다.
가계부채 급증은 2005~2007년 부동산가격 상승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아파트 등을 구입한 사람들이 급증한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이나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수도권의 공급 대기 물량이 많다는 점도 하락요인으로 꼽힌다. 2기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의 분양·입주가 이어지고 있고 도심 재건축·재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분양시장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도시개발사업 물량도 수도권 도처에 널려 있다.
◆거품 붕괴된 일본·미국 전철 밟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부동산거품이 꺼진 일본이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휘청거린 미국의 상황이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장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버블 붕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다르다는 게 근거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집값의 100% 이상을 대출해주는 사례가 많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비율(LTV)을 적용해 집값의 60~70% 이상을 대출해주지 않았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적용되면서 담보대출 규모는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가계부채 규모가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 제도라는 한국의 고유한 임차시장 구조가 버블 붕괴를 막는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월세 구조인 미국, 일본에서는 주택 구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리는 구입 자금 규모가 큰 반면 우리나라는 집값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가 전세제도”라며 “월세 전환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전세제도가 존재하는 한 버블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일본처럼 월세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다고 지적한다. 월세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경우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거시경제 회복이 관건
인구구조 측면에서도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령화가 진전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은퇴세대가 집중적으로 몰려있지 않아서다. 1970~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끈 베이비부머, 즉 ‘단카이세대’들은 1947~1949년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은퇴 시기 주택 등을 처분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컸지만,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의 연령대는 상대적으로 넓게 분포돼 있다.
일본 미국과 같은 버블 붕괴 가능성이 낮지만, 부동산시장이 1~2년 내 회복될지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도권 등의 주택공급 부족이 장기간 지속되면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2005~2008년에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한 중산층이 이자에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만큼 당장 수요가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김선덕 소장은 “정부 정책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만 독자적으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며서 “거시경제 전반의 여건이 활황 국면으로 접어든 뒤 6개월 정도는 지나야 부동산시장에 본격적인 온기가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