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가 침체된 일본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이들 고령층의 연금 수령액이 크게 늘면서 소비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카이 세대는 1947~1949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출생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말한다. 총 660만명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현재 63~65세인 단카이 세대에 대한 연금 지급이 올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이들 노인층이 일본 내수소비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2006년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연금 지급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직장인이 가입하는 후생연금은 60세부터 받지만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65세부터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65세 이상부터 완전한 연금 생활에 들어가는 셈이다. 단카이 세대의 맏형인 1947년생은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연금의 위력은 최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하는 ‘가계조사통계’를 보면 가구주가 65~69세로 연금 생활에 막 접어든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액은 작년 7월부터 올 2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2월 증가율은 13.6%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비슷한 연령대인 60~64세 가구는 작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연금 수령시기를 기점으로 소비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연금 수령 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갖고 있는 자산이 다른 세대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일본 다이이치생명연구소가 세대별 인구를 감안해 계산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층의 저축액 점유율은 전체의 74.9%에 달했다. 60세 이상 소비지출액도 작년 한 해 101조엔으로 전체 개인 소비의 44%를 차지했다. 이 중 70%가량이 65세 이상이다.

하지만 단카이 세대발(發) 내수 회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단카이 세대가 퇴직금을 받은 2007~2009년에도 ‘단카이 특수’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실제로는 소비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마노 히데오(熊野英生)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애널리스트는 “고령자들이 저축 위주의 생활 패턴을 소비 위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연금 수령과 함께 주가 상승 등의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