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패밀리(그룹)는 오너가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가 의사 결정을 할 때 객관적인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무실 기능이 한층 강조되는 이유다. 재무실 업무가 전략기획 쪽으로 많이 진화한 까닭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 업무 이상의 일을 해내고 있다. 재무적 안정성과 견조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것. 전문 경영인 체제답게 재무라인에 특정한 인맥이나 학맥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포스코 계열사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CFO들이 포진해 있다. 철강 관련 계열사는 물론이고 건설이나 정보기술(IT) 계열사에서도 CEO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재무는 물론 전략기획까지 총괄

포스코의 CFO는 박기홍 부사장이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KIET) 부원장에 이어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 소장 △경영기획실장(상무) △재무실장(상무) △경영전략실장(전무) △성장투자사업부문장(전무) 등을 거쳤다. 재무 쪽에 국한되지 않고 전략과 기획파트를 두루 경험했다.

박 부사장의 공식 직함은 전략기획총괄장(Chief Financial & Planning Officer). 말 그대로 재무는 물론이고 전략, 경영진단, 투자관리 등을 책임지고 있다. 그룹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부문별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이 많은 포스코에서 경영 전반의 중심을 잡고 있다.

KIET에서 20여년간 연구 업무를 했던 박 부사장은 산업조직 전문가로 통한다.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사고와 예리한 의사결정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략기획에서도 탁월한 성과

전략기획 쪽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계열사 CFO들도 눈에 띈다.

이창순 대우인터내셔널 상무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포스코에 들어왔다. 포스코 재무실과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회계감사 자금 원가 등을 맡았다. 2010년 10월 포스코그룹으로 편입된 대우인터내셔널 CFO로 자리를 옮겼다.

이 상무는 포스코그룹과 대우인터내셔널 간 재무 및 회계시스템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원개발 등을 위한 투자자금 조달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국내 M&A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약 24%)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CFO인 윤동준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은 조지워싱턴대 MBA 출신이다.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혁신실 상무와 인적자원 담당 상무를 거쳤다. 포스코건설의 글로벌 톱10 도약 전략을 만든 핵심 인물로 꼽힌다. 사업 기획부터 설계·구매·시공·운영 등을 일괄적으로 수행하고, 글로벌 거점을 선점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수주 14조4000억원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포스코에너지 CFO는 정지복 경영기획실 상무다. 서대전고와 충남대를 졸업하고 1988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재무예산팀과 국제회계팀에서 업무를 익혔다.

2005년 포스코에너지로 옮겼고 2010년 상무로 승진해 경영기획실을 총괄하고 있다. 올해는 투자기획그룹을 신설하고, 2020년 매출 17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IT와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인 포스코ICT CFO인 전국환 상무는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포스코에 들어왔다. 작년 3월부터 포스코ICT로 자리를 옮겨 경영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원전 정비 전문기업인 삼창기업을 인수하고, 자회사 포뉴텍을 출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