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랑 돌려차기 한번 해보시죠.”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가락동 에이콤연습실. 뮤지컬 ‘완득이’의 전 배역을 뽑는 오디션이 한창이다. 이날 심사위원이 지원자들에게 낸 과제는 뜻밖에도 ‘발차기’였다. 뮤지컬 오디션이라면 으레 노래와 연기를 평가할 텐데 웬 발차기일까. 극중에서 완득이가 킥복싱을 하는 고등학생으로 나오기에 발차기·돌려차기 등이 심사항목에 추가된 것이다. 지원자 정욱진 씨(23)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이얍” 하는 기합과 함께 발끝을 차 올렸다. 이어 돌려차기에도 가뿐하게 성공했다.

뮤지컬 ‘완득이’는 작가 김려령 씨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날 오디션장엔 남자 32명, 여자 28명이 모였다. 600여명 중에 1차 오디션을 통과한 지원자들이다.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날은 오디션을 통해 남녀 10명을 배역으로 확정한다.

대기실에선 순서를 기다리는 지원자들이 1분1초를 아껴가며 연습에 몰두했다. 30평 남짓한 연습실을 텀블링으로 가로지르던 김태민 씨(24)는 “완득이는 저와 비슷해요. 가족사라든가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요. 그래서 지원했는데 킥복싱이나 텀블링은 어릴 때부터 익혀 자신있어요”라고 말했다.

7전8기의 지원자도 눈에 띄었다. 박삼섭 씨(30)는 “오디션장을 수십군데 다녔어요. 최선을 다하는 건 집에서 연습할 때 하는 거고, 오늘은 프로다운 모습만 보여줄 거예요”라며 웃었다.

심사위원은 박기영 음악감독, 정도영 안무가, 박민섭 PD, 김명환 작가. 심사항목은 발차기 외에 지정곡 노래, 킥복싱 안무 등이 포함됐다.

한 지원자의 노래가 끝나자 박기영 음악감독은 “노래가 너무 비장하네요. 완득이는 고등학생인데 가볍게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다시 한번 해보세요”라며 구체적인 주문을 하기도 했다. 지원자 김혁인 씨(27)는 “아까 실수해서 그러는데 킥복싱 안무를 다시 해봐도 될까요”라며 재심을 요청했다. 뮤지컬 ‘완득이’에서 킥복싱 안무는 극 흐름을 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무대에 킥복싱이 응용되는 건 처음이다.

아침부터 시작한 오디션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정도영 안무가는 “이번 안무에 킥복싱이 중요한 요소지만 기술적인 면보다는 춤에 연기를 담을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완득이’는 올 연말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