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안전지대로 꼽혔던 네덜란드가 흔들리고 있다. 네덜란드 정치권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예산 감축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최고등급(AAA)인 국가신용등급 강등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 등 3개 정당은 21일(현지시간) 내년 예산을 140억~160억유로(21조~24조원) 줄이는 방안을 놓고 약 두 달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0%(2011년)에 이른다. 유럽 신재정협약 등에 따라 내년까지 GDP 대비 3% 이내로 줄이지 못하면 벌금(GDP의 0.1%) 등 제재를 받는다. 지난 19일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네덜란드가 재정적자 감축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 AAA인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독일 주간지 비르츠샤프츠보헤는 최근호에서 “유로존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네덜란드가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22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결정으로 잠시 소강 상태였던 유로존 재정위기 불안이 다시 엄습했다”며 “스페인 국채금리 급등에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설까지 이어지면서 유로존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또다시 장중 연 6.04%(6% 이상은 자금조달 위험 수준)까지 치솟았다. 스페인은행연구소(FUNCAS)는 “스페인 경제가 올해 -1.7%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1.5%에 머물 것”이라며 “내년 실업률이 26.3%까지 치솟는 등 개선 조짐이 없다”고 우려했다. 위기의 진앙지 그리스에서는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주 중 은행 자본 확충 문제를 결정할 계획이다.

유로존 경제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 회의에서 유로존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43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 정부가 2010년 4월23일 유럽연합(EU)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정확히 만 2년을 맞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