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점포 임대료, 月 1500만원으로 치솟아
20일 서울 원지동 청계산 입구 사거리에서 원터마을로 가는 굴다리를 지나 청계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는 몽벨, 잭울프스킨, K2, 밀레 등 10여개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작년 10월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개통 이후 주말 등반객들이 1000여명이 늘어난 6000명에 이른다는 게 현지 상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지난달엔 아웃도어패션 매장인 아이더가 문을 열었다.
상가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청계산은 구매력이 양호한 등반객들이 많은 편이어서 강북권 등반객 집결지보다 상권형성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산 상권 임대료,2년 새 3배 급등
등산객 인구가 늘면서 상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국 19~69세 성인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을 가는 인구는 1500만명, 매주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548만명에 이른다.
등산로 상권의 원조는 서울 강북권에서는 북한산과 도봉산 입구가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계산이 ‘아웃도어 1번지’로 부상했다. 이곳 아웃도어 매장은 당초 브랜드를 홍보하는 안테나숍(시범매장)에서 출발했다. 이후 주5일제 시행 이후 등산객 증가와 함께 아웃도어 상가가 크게 늘었다. 이들 매장은 주말에 서울 명동·강남 백화점 매장과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임대료도 치솟고 있다. 이곳 매장들은 대부분 165㎡(옛 50평)규모로 1~2층을 터서 사용한다. 임대료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는 1500만원 선으로 2년 전(보증금 2억원, 월세 500만원)보다 세 배나 뛰었다. 상가도로 중간쯤의 한 아웃도어 매장(330㎡·100평)의 경우 보증금 7억원에 월세가 2000만원이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청계산 아웃도어 매장의 90%는 본사에서 직접 운용하는 직영매장이다.
파전에 막걸리를 팔던 소형 음식점들은 치솟는 임대료 감당을 못해 등산로 바깥으로 밀려났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원평연 상가뉴스레이다 연구원은 “원터마을은 기존 주택이 있던 자리를 제외하고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지역이어서 신규 근린상가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기존 점포들의 희소가치가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도봉산도 매장 급증
북한산과 도봉산 등 서울 시내 다른 등산로 상권들도 아웃도어 점포들이 접수했다. 북한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서울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과 연신내역 인근에도 주말이면 등산객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구기터널로 가는 보행로는 물론 도로 일부까지도 등산객들이 다닐 정도다. 특히 불광역 2번 출구 앞 블랙야크 불광점 앞은 만남의 장소로 발디딜 틈이 없다. 몽벨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매장들이 1층 상권을 차지하고 있다. 불광동 114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상권이 안정적이다보니 아예 점포 임대물건은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연신내역 3번 출구 범서쇼핑 앞도 주말이면 등산복 행렬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나 은평뉴타운 인근 등산로를 이용한다. 미래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은 아웃도어 옷들을 평상복으로 입는 사람도 많아, 해당 점포들은 경기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도봉산 등산로 입구(도봉동)의 200m 정도 도로에도 18개의 아웃도어 매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산 아래 쪽까지 감안하면 30여곳이 넘는다. 거대한 ‘아웃도어 타운’이 형성돼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아웃도어 패션 매장이 늘면서 소형 주점이나 식당 등이 2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었고, 임대료도 두 배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