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협지 방불케하는 중국의 권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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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고 권력집단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뽑는 공산당대회 개최가 내년 초로 연기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대회는 중국 정치에서 최대 이벤트다. 올해는 10월에 개최돼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 7명이 교체될 예정이었다. 당대회가 연기될지는 불투명하지만 그런 관측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정치적 격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해임 사건을 둘러싼 권력암투가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권력투쟁은 정치의 낙후성에서 비롯된다. 법 밖의 과거 권력과 법 안의 현재 권력 간에 벌어지는 피할 수 없는 충돌이다. 막후 실력자라고 불리는 과거의 권력은 현재의 권력보다 더 큰 파워를 갖는다. 여기서 수렴청정의 정치가 시작됐고 파벌과 암투, 음모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물러난 뒤에도 사망할 때까지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다. 과거 권력의 위세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으로 이어졌다. 그는 2003년 후진타오 주석에게 자리를 물려준 뒤 그의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에 자신의 심복을 앉혔다. 중국 정가에선 후 주석에게 올라오는 결재서류는 장 전 주석에게도 똑같이 전달된다는 게 정설이다.
10년 전에 물러난 장 전 주석이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렸던 이유다. 그는 이번 보시라이 전 서기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그를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과 우호세력인 태자당이 후 주석 중심의 공산주의청년단파와 차기 권력을 놓고 피차 물러날 수 없는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우융캉 정법위 서기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다. 사실이라면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군부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초대형 사건이다.
장 전 주석은 자신이 밀던 보시라이를 제거하는 데 동의하는 대신 후 주석이 당대회 이후 완전히 퇴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렴청정은 자신 하나로 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 간의 싸움은 예측불허다. 내전설이 나돌 정도다. 중국 미래권력의 향배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