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주가 급반등했다. 인텔의 1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웃돌고 미국 법원이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에 합의를 위한 협상을 명령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글로벌 IT 쌍두마차인 삼성전자 와 애플이 지난 1주일간 동반 하락하는 등 IT주가 정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타나고 있다. IT 업황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투자자들의 높아진 기대치가 추가 상승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IT주가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다가 2분기 실적의 윤곽이 잡히는 다음달 중순부터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 효과’에 IT주 동반 상승

삼성전자는 18일 3.52% 급등한 129만3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기(1.60%) LG전자(0.91%) 등이 함께 오르면서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2.63% 상승했다. 전기·전자 업종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19.23포인트(0.97%) 오른 2004.53에 마감해 2000선을 회복했다.

인텔의 1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넘어선 것이 국내 IT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텔의 1분기 순이익은 27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억6000만달러보다 13.3% 감소했지만 25억~26억달러였던 증권가 추정치를 뛰어넘었다. 뉴욕 증시에서는 애플이 5.1% 급등한 것을 비롯해 IBM(2.33%) 인텔(0.21%) 등 주요 IT주가 강세를 보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IT 업황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인텔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면서 IT주가 반등했다”며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기대치…‘꼭지’ 불안감

IT주가 반등했지만 정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는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6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6.23% 하락했다. 애플도 10일부터 16일까지 5거래일간 8.82% 급락했다.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주가가 크게 하락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하락한 것은 지난 몇 달간 급등한 데 따른 숨고르기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스마트폰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IT 업황은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황이 좋은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점이 IT주 추가 상승의 걸림돌이다. 미국 BTIG증권은 지난주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혁신적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부담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계속해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2분기에도 1분기 이상의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확인돼야 이런 의구심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2분기 실적의 윤곽이 잡히는 다음달 중순까지는 주가가 고점에서 횡보하는 ‘고공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IT주, 외국인 러브콜 받을까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동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9일 이후 하락하는 동안 3903억원어치를 순매도해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18일에는 618억원의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20일 나오는 애플의 1분기 실적이 삼성전자 등 IT주에 대한 외국인의 ‘러브콜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현대증권 테크팀장은 “최근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만난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IT주를 선호했다”며 “애플 등 미국 IT주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유승호/손성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