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개 부처 합동으로 ‘불법 사금융 척결방안’을 마련, 내달 말까지 신고를 받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정부는 연 30%를 초과하는 불법 고리 사채(미등록 대부업체), 연 39%를 넘는 등록 대부업체 고리 대출, 불법 채권추심,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 등을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검찰 경찰과 지자체 금감원 등의 단속인력 1만1500여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의 고리 사채 피해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대부업 이용자만도 2008년 9월 130만명에서 작년 6월 247만명으로 급증, 성인인구의 7%에 이르렀다. 불법 사채까지 합치면 성인 10명당 1~2명은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빌린 사채 300만원 때문에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한 딸을 살해하고 자신은 목을 맨 아버지도 있었다. 환산 이자율이 연 3476%에 달하는 믿기 힘든 고리 사채가 버젓이 존재하는 판이다. 이런 사회가 건강할 리 만무하다.

불법 사채가 최근 더 기승인 것은 물가불안에 따른 생활고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가 맞물린 결과다. 소득 하위 20%에선 두 가구 중 하나가 적자다. 여기에다 정치권은 탁상공론식 명분과 인기에만 연연해 대부업 이자상한선을 연 66%에서 39%로 급격히 낮췄다. 그나마 법의 지배 아래에 있던 등록 대부업체들을 대거 지하로 숨게 만들어 서민들이 불법 사채를 기웃거리게 만든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채와의 전쟁’식 단속 만능주의로 불법 사채를 뿌리뽑겠다는 것은 행정력을 과신한 순진한 발상이다.

불법 사채가 활개 칠 요인이 산적해 있는데 악덕 사채꾼들만 솎아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폐수가 쏟아지는 정화조에 정수기를 단다고 물이 깨끗해질 리 없다. 사채시장도 시장이다. 만성적인 수요초과 상태에서 뒷감당을 생각지 않고 단속에 나섰다가 되레 서민들의 돈줄만 더 죌 수 있다. 정부가 저신용자(7~10등급)를 위해 푼다는 3조원도 급전 수요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다. 차라리 은행에 대부업을 허용해 서민들의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게 현명하다. 정부 대책이 자칫 수술만 해놓고 봉합은 잊어버리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