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에 알려진 ‘재개발·재건축 조합장들의 호시절(好時節)’이란 말이 흘러간 얘기가 될 전망이다.

조합원들의 참여와 견제가 늘면서 조합장의 의견에 따라 사업이 좌지우지되던 관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이번에는 서울시가 현행 법률상 규정이 없던 조합장의 임기를 명문화하도록 국토해양부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8일 서울시는 임기가 규정되지 않은 일명 ‘종신제’ 조합장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주택정비사업 조합이 조합장 임기를 3년 이내에서 정관으로 정하고 반드시 재신임 여부를 물어 연임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부산 인천 대구 등 8개 광역시·도가 참여한 건축주택정책협의회에서 이 같은 공감대를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종신제’란 조합 설립부터 아파트가 준공돼 조합이 해산하는 날까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조합장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서울시 주택본부 관계자는 “실제로 사업기간이 10년 이상 걸리는 곳에서도 조합장을 종신제로 정한 구역이 서울에만 20개에 달했다”고 말했다.

과거 재개발·재건축 조합장은 대표적인 ‘꽃보직(좋은 자리)’으로 통했다. 많게는 매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판공비와 수십억원에 달하는 조합 사업비 및 운영비를 주무를 수 있어서다. 또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의 ‘로비 대상 1호’가 되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현금이나 유흥접대, 해외 여행으로 조합장의 마음을 얻는 관행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조합장들의 부정행위나 사업 추진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조합장 교체는 쉽지 않았다. 주민들 사이에 패가 갈려 조합장직무정지가처분신청 등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흔했다. 무엇보다 조합장 임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 국토부가 정한 표준정관에서 조합 임원 임기를 2년(소규모 정비사업은 3년 이내)으로 권유하고는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김승원 서울시 공공관리과장은 “주민 간 분쟁을 예방하고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하기 위해 법률 개정과 함께 자치구의 행정지도도 적극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