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커진 경쟁력…월풀 벽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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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포커스 - ITC, 한국산 냉장고 덤핑 기각
ITC "美산업 피해 없다"
월풀 '딴지걸기' 안 통해
ITC "美산업 피해 없다"
월풀 '딴지걸기' 안 통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가전업체들이 미국 월풀과의 반덤핑 전쟁에서 승리했다.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LG전자의 프렌치도어 냉장고(하단냉동고형)에 대해 반덤핑 상계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다고 판정했다.
프렌치도어 냉장고는 미국 냉장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양사의 미국 수출액은 12억달러를 넘었다. ITC가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면 수출 전선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뻔했다.
지난해 3월 말 월풀의 제소로 시작된 이번 건은 지난달 미 상무부가 덤핑 판정을 내릴 때만 해도 전망이 어두웠다. 삼성이 지난달 냉장고 수출가를 8% 올리는 등 양사는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그런데 왜, ITC는 월풀의 제소를 기각하고 삼성, LG전자의 손을 들어줬을까. 미국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덤핑, 보조금 지급 등 사실이 발견돼야 하며 미국 산업의 피해도 입증돼야 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양사의 덤핑 혐의를 확정했다. 삼성전자에 대해 5.16(한국산)~15.95%(멕시코산), LG전자에 대해 15.41(한국산)~30.34%(멕시코산)라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그러나 ITC는 “양사의 덤핑으로 인한 미국 산업의 피해가 없다”며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에 대해 ‘부정적 결정(negative determinations)’을 내렸다.
김지희 통상교섭본부 북미유럽연합통상과장은 “문제가 된 프렌치도어 냉장고에 있어 제소자인 월풀이 삼성, LG전자보다 후발주자여서 산업 피해가 없었다고 판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회사인 스티븐슨 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금액기준)은 삼성전자 25.6%, LG전자 20.4%, 월풀 16.2%(서브 브랜드 메이텍 8.8% 포함) 등의 순이었다. 삼성과 LG전자의 점유율도 높아졌지만 월풀 브랜드의 점유율 역시 2007~2011년 5년 동안 4.3%에서 7.4%로 증가했다. 다만 월풀이 2005년 인수한 메이텍 브랜드는 같은 기간 20.2%에서 8.8%로 떨어졌다.
월풀은 과거 미국 내 가전 1위로 군림해 왔으나 삼성, LG전자의 영향력이 커지자 계속 반덤핑 제소나 특허 소송을 내고 있다. 이번 ITC의 결정은 지난 1월 월풀이 낸 삼성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월풀의 주가는 4.27% 떨어졌다. 월풀 북미법인의 마크 블리처 대표는 “오늘 ITC의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