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체들이 빨간국물 라면으로 두 번째 색깔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하얀국물 라면에 주력하던 업체들이 잇달아 '더 빨갛고, 더 매운 맛' 라면을 출시하고 있다.

라면업체들, 더 빨갛고, 더 맵게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빨간국물 라면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곳은 라면업계 1위 농심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팔도 '꼬꼬면', 삼양식품 '나가사끼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 하얀국물 라면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에 청양고추보다 2~3배 더 매운 하늘초고추를 사용한 빨간국물 라면 '진짜진짜'를 출시해 다시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진짜진짜를 2년내 연매출 2000억 원을 넘어서는 브랜드로 육성해 '제2의 신라면'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얀국물 라면 돌풍을 일으켰던 삼양식품과 팔도도 매운 맛을 강조한 빨간국물 라면을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지난 15일 '초강력 매운 맛'을 전면에 내세운 '불닭 볶음면'을 내놨다. 이 회사는 라면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운 맛을 수치로 나타내는 '스코빌지수(SHU)'를 도입했다. 이 제품의 스코빌지수는 4404SHU로 청양고추(약 4000~1만SHU)와 비슷한 수준이다.

팔도는 '꼬꼬면'의 후속 제품으로 지난달 마늘로 매운 맛을 낸 '남자라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한 달간 1000만 개가 팔렸다.

기세 꺾인 하얀국물 라면

라면업체들이 다시 빨간국물 라면에 주력하는 것은 하얀국물 라면의 매출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빨간국물 라면을 출시한 이유는 소비자에게 더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것" 이라면서 "최근 하얀국물 라면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꼬꼬면, 나가사끼짬뽕, 기스면 제품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3개 제품의 매출은 30억 원 가량이었지만 지난 2월 16억원으로 3개월 만에 46% 감소했다.

'꼬꼬면' 요리대회 심사에 참여했던 안성수 한국조리사관전문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전통적인 빨간 매운 맛을 선호한다" 며 "지난해 하얀국물 라면은 별미로 즐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이어 "하얀국물 라면도 청양고추로 매운 맛을 냈지만 하얀색보다 빨간색이 매운 맛의 강도를 높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준다"고 지적했다.

빨간국물 재부상은 불황 덕?

업계에서는 빨간국물 라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불황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매운 맛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속설이 있다" 면서 "라면업체들이 매운 맛, 빨간색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배경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맛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며 "최근 총선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돼 소비자들의 매운 맛 수요도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